오피니언 사설

아이들이 줄줄이 목숨 끊는데 이유도 모른다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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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공부 부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등, 반대로 행복 순위는 꼴등.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들이 처한 현실이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조사해보니 주당 공부 시간은 49.43시간으로 OECD 평균(33.92)보다 월등히 긴 반면 주관적 행복지수는 65.1점으로 평균(100)을 크게 밑도는 걸로 나타났다. 행복지수 항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삶에 만족한다’는 아이가 둘 중 한 명에 불과했다. 6명 중 한 명은 ‘외롭다’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다’고도 했다. 어른들이 틈만 나면 ‘공부하라’고 다그치기만 할 뿐 아이들의 정신 건강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결과다.

그러다 보니 10대의 자살률도 치솟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초·중·고생이 처음으로 200명을 넘어섰다. 전년보다 무려 47%나 늘었다. 가정 불화, 성적 비관, 이성 문제, 집단 괴롭힘 등이 이유로 꼽혔는데 특히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29%나 됐다. 아이는 죽을 결심을 할 만큼 힘든데도 주위 어른들은 그런 기색조차 알아채지 못했단 얘기다. 청소년 정신 건강에 대한 가정과 학교의 무관심이 수많은 죽음을 방조한 거나 매한가지다.

최선의 예방책은 소통이다. 자녀가 급격한 신체적·정신적 변화를 겪는 사춘기 시절에 대화의 문을 닫아버리는 부모들이 의외로 많다. 부모가 먼저 마음을 열고 아이들이 이 시기를 잘 극복할 수 있게 이끌어야 한다. 또한 챙겨줄 가족이 없는 학생들에겐 학교가,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해선 지역사회와 정부가 그 역할을 대신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초·중·고 재학생보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10대들의 자살률이 훨씬 높다고 한다.

따라서 학교별로 상담 교사를 확충하고, 24시간 운영되는 ‘1388 청소년 상담 전화’도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상담원이 ‘옥상에 있다’고 문자를 보낸 아이를 설득해 자살을 막은 사례도 많다니 말이다. 부모든, 교사든, 상담원이든 누구 하나라도 힘들고 외로운 아이에게 손을 내민다면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