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보다 암행어사가 먼저죠" MBC '어사 박문수' 주연 탤런트 유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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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감독님, 저 12월에 결혼해야 되는데요'라고 했더니 하루 말미를 주신다는 거예요. 촬영 일정 때문에 그 이상은 안 된다나요? 할 수 없이 결혼(상대는 탤런트 홍은희)을 내년 3월로 미뤘죠. 이 정도니 드라마에 임하는 자세가 어떤지는 아시겠죠?"

MBC 새 월·화 드라마 '어사 박문수'(극본 고동률ㆍ유진희, 연출 정인)의 타이틀롤을 맡은 탤런트 유준상(사진)의 출사표다. '어사 박문수'는 조선 영조 때 실존 인물인 암행어사 박문수의 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12월 9일 첫 회가 방송된다. 모두 16부작.

"여주인공이 있었던 '여우와 솜사탕'과 달리 거의 혼자 극을 주도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커요. 그래서 욕심도 나긴 하지만…."

제작을 맡은 정인 PD와는 인연이 깊다. 자신을 확실한 주연 배우로 자리매김하게 해 준 '여우와 솜사탕'의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정PD는 유준상을 어사 박문수 감으로 일찌감치 찍었다고 한다.

정치인인 동시에 군사전략가이기도 했던 박문수. 암행어사로 활동한 기간은 1년 여에 불과했지만, 7백명이 넘었다는 조선시대 암행어사의 상징으로 꼽히는 사람이다. 과거 몇차례 극화되기도 했던 이 실존 인물을 유준상은 어떻게 그리려 할까.

"불의를 참지 못하는 공명정대한 성품과 백성을 사랑하는 후덕한 인품을 가진 인물입니다. 한마디로 그릇이 큰 대인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제가 연기하는데 해학이 빠질 수 없죠. 엽기적인 사건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 특유의 재치가 양념처럼 섞일 겁니다."

드라마 '여우와 솜사탕'과 하이마트 CF에서 워낙 코믹한 모습을 보여준 그이기에 현대판 암행어사의 풍모가 더 궁금해진다.

"특히 사건 사고를 논리적으로 파헤치는 부분에 시청자들이 재미를 느끼실 겁니다. 굳이 이름 붙이자면 수사물 사극이라고 할까요."

지난 27일 충북 충주호 부근에서 제작진과 출연진은 드라마의 성공을 비는 고사를 지냈다. 유준상은 돼지머리에 물릴 돈을 미처 준비하지 못해 정PD에게서 급하게 빌렸다. 장난기 많은 그도 이때만큼은 진지했다. 욕심 많은 연기자이기에 아마도 "제발 같은 시간대의 라이벌 '야인시대'를 누르게 해 주세요"라고 빌지 않았을까.

이상복 기자

jiz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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