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암 투병 장영희 교수, 3월 강단 복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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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3년 전 앓았던 유방암이 지난해 9월 척추암으로 전이돼 투병해온 장영희(53)서강대 영문학과 교수가 올 3월 강단에 복귀한다.

그는 "아직 치료 초기단계지만 강의하는 것이 내 삶의 활력소가 될 것 같다. 의사도 그렇게 하는 게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고 18일 밝혔다. 장 교수는 모두 아홉 주기로 이뤄진 항암치료 가운데 두 주기를 마친 상태로, 올 가을 치료가 끝날 전망이다.

지난해 7월 말부터 허리가 아팠지만 근육통이라고 여겼던 장 교수는 MRI를 찍어본 뒤에야 완치된 줄 알았던 유방암이 척추암으로 전이됐다는 걸 발견했다. 지난해 9월 초 입원해 두달간 방사선 치료를 받았고, 지금껏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백혈구가 3000개를 넘어야 항암주사를 맞을 수 있는데 아직 숫자가 모자라 매주 백혈구 검사를 한다.

장 교수는 "병원에서 통곡소리.기도소리를 들을 때마다 바깥 세상에서 다툼을 벌이는 정치인이나 이익단체들이 과연 삶의 참 의미를 아는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 안타까웠다"고 했다.

장 교수는 얼마전 논문 심사를 위해 학교 연구실에 잠시 들렀다가 새로운 삶의 의욕을 느끼게 됐다고 한다. 학생들이 '생일 축하한다''제발 나아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남겨놓은 걸 본 것이다. 그는 "'나으세요'도 아니고 '나아주세요'라니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영문학자인 아버지 고(故) 장왕록 박사와 함께 펄 벅의 '살아있는 갈대'를 공동 번역한 것으로 유명한 장 교수는 번역가.수필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소아마비 1급 장애인인 그는 서울사대부중.고를 거쳐 서강대에서 학사와 석사를, 미국 뉴욕주립대(올바니)에서 박사를 받고 1994년부터 모교인 서강대에서 후학을 길러왔다.

글=박성우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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