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폐쇄 결정에 반발 선관위 홈페이지 항의 빗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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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돈 덜 쓰는 미디어선거 하자더니 인터넷은 미디어가 아닌가"(ID 오돌또기), "누구를 좋아한다는 의사 표현의 자유도 선관위가 관리하는가"(ID 대구시민), "우리들만의 자유공간을 침해말라"(ID 한숨).

20일 선관위가 '창사랑''노사모''몽사몽'등 이회창·노무현·정몽준 후보 팬클럽의 인터넷 홈페이지 폐쇄 결정을 내린 직후 선관위 홈페이지엔 1천여건 이상의 비난 격문이 밀려 들어왔다. 새로운 조류로 떠오른 인터넷 선거운동과 현행 선거법의 충돌이 빚어낸 흥미로운 논란거리다.

선관위의 공식 논리는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명백한 선거운동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전국적 조직망을 가지고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회원을 모집하는 등의 홈페이지 활동은 선거법 제89조 2항의 '불법 사조직'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노사모는 즉각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자발적인 네티즌들의 모임을 폐쇄하는 조치는 상상도 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노사모 측은 "정치적 판단에서 폐쇄한다면 우리는 다른 인터넷상에 수천개의 새 사이트를 만들 것"이라고 '게릴라식' 정면 대응을 선언했다.

실제 이날 선관위 홈페이지에는 "남의 집을 없앴으니 선관위 처마 밑을 새 둥지로 만들자" "선관위가 서버 용량을 좀 확장해달라"는 노사모 회원의 글이 폭주했다. 회원들끼리 일정을 서로 물어보는 글이 선관위 홈페이지 내에서 교환되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선관위 결정 직후 평소 하루 2백∼3백명에 그치던 노사모 회원 가입이 1천여명으로 폭주, 김민석(金民錫)전 의원 탈당 때 가입자 수인 하루 8백명을 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노사모보다 강도는 낮았지만 이회창 후보 팬클럽인 창사랑의 게시판에도 "참여 민주주의에 찬물을 끼엊은 선관위의 무차별 폐쇄 명령에 문제를 제기한다"는 글이 실렸다.

반면 鄭후보 홈페이지는 아직 별다른 공식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보통신 전문가인 민주당의 허운나(許雲那)의원은 "당원이 아닌 사람들의 인터넷을 통한 불법 운동은 지적할 수 있다"면서도 "선관위가 사전에 충분한 교육과 가이드도 없이 첨단 매체가 탄생하기 전에 만들어진 현행 법률과 마인드로 쌍방향 정보의 바다를 통제하려면 많은 충돌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훈 기자

cho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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