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의 日語 강사 김인환 할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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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칠순의 할머니가 주민자치센터의 일본어 강사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6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일본어 교실' 5개 반을 가르치고 있는 김인환(金仁煥·70·서울 노원구 상계동)씨. 그는 5년째 '동네 강사'로 활약해 왔다.

고교 교사 출신인 金씨는 1984년부터 외국어학원에서 일본어강의를 하다 외환위기가 터진 97년 12월 그만뒀다. 그후 무료하게 지내던 金씨는 98년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경로당에서 에어로빅 강습을 하는 것을 보고 무릎을 쳤다. 일본어 강사 경험을 아깝게 썩힐 게 아니라 주민들을 위해 활용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이다.

경로당에서 강의를 시작한 金씨는 강좌가 점점 인기를 끌자 2000년 1월 주민자치센터의 제안으로 이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직장 일이나 학교 시험 일정 때문에 강의를 빼먹는 수강생들에게는 일요일에 개인지도를 해줄 정도로 열성을 보이고 있다. 학원 강사 시절 개발한 '동사 활용 암기법'등 비법도 전수한다. 주부들과 초·중·고생 외에 유학을 준비하는 대학생, 택시 운전기사, 현직 교사 등이 수강생이다. 金씨는 하루 90분씩 일주일에 다섯 차례 강의하지만 별로 피곤하지 않다고 했다.

"이 나이에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건 큰 보람이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노는 게 더 힘들었습니다."

1년3개월째 강의를 듣고 있는 박수정(14·노원중 1년)양은 "처음엔 한자가 많아 어려웠는데 할머니가 꼼꼼하게 가르쳐주셔서 재미있게 배우고 있다"며 "이번 수능시험 일본어 문제지를 구해 풀어 봤는데 거의 대부분 맞췄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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