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정치와 '묻지마 영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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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자민련 오장섭·이양희·이재선 의원이 탈당했다. 이들의 다음 선택은 한나라당 입당으로 알려졌다. 한승수→전용학(민주당)·이완구(자민련)→원유철·이근진·김윤식(이상 민주당)의원에 이어 한나라당 문을 두드리는 움직임은 이처럼 부산하다. 공룡화로 치닫는 한나라당의 움직임에 거침이 없어 보인다. 이들 정치인의 치졸한 '철새·변절·배반'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동시에 한나라당의 원칙없는 세(勢)불리기, 무분별한 영입이라는 부정적 측면에 대해서도 뭔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자민련 의원들의 이탈은 충청권에서 '이회창 대세론'을 키우려는 한나라당의 의도와 관련있을 것이다. 자민련의 배신감 표시대로 이들은 JP(김종필 총재)우산 아래서 정치적 단맛을 봤다. 특히 吳의원은 DJP 공동정권 출범 직후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자민련에 들어가 총무·총장,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냈다. 이제 JP가 무기력해지자 한나라당으로 되돌아가려고 기웃거리고 있다.

그동안 이런 유형의 의원들 입당에 대해 한나라당은 "제발로 걸어오는데 어떻게 막겠느냐"고 주장해왔다. 과거를 묻지 않겠다는 '큰 바다 정치'라는 해명도 곁들인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어제까지 한나라당을 향해 수구 보수·국정 장애물이라고 거칠게 성토했던 인물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이들을 받아들이는 원칙과 기준은 무엇인지, 정치 이념·정책 노선에 대한 입장을 공유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국민에게 해야 한다. 그런 최소한의 고민과 해명의 과정이 없는 한 탈당파 영입은 무턱댄 몸집 키우기일 뿐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묻지마 영입'이 李후보에게 흠집을 낼 수 있다는 판단 아래 吳의원을 포함한 몇몇 의원은 받지 않는 선별 영입론이 나오고 있다.

李후보가 강조하는 '법과 원칙, 정치개혁'이 우선 적용돼야 할 부분이 의원 영입 문제다. 양지만을 찾아다니는 기회주의 정치인들이 더 이상 발 붙이지 못하도록 한나라당은 확실한 입장 천명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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