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후보 선거 때마다 현대重서 뭉칫돈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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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익치(58) 전 현대증권 회장이 지난달 말 일본 도쿄(東京) 발언에 이어 또 국민통합21의 정몽준 후보를 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8일 LA공항 근처 힐튼호텔에서 기자를 만나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가 현대중공업의 뭉칫돈을 지원받아 국회의원에 당선한 근거가 결산보고서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鄭후보가 국회의원 선거를 치를 때마다 현대중공업 측이 지원한 돈이 얼마인지는 선거 이전과 이후 연도의 결산보고서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며 "매번 수백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두시간에 걸친 인터뷰 도중 "정몽준 후보와 관련해 끝까지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鄭후보가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됐던 1988년을 전후한 4년간 현대중공업의 전무로 근무했기 때문에 이런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현대중공업 측이 총 네차례에 걸친 鄭후보의 국회의원 선거를 지원하기 위해 인건비 등 각종 지출 항목을 변칙 처리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이 이같은 사실을 크게 우려해 鄭후보에게 국회의원 지역구를 울산에서 서울 종로로 옮길 것을 수차례 종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鄭후보는 종로에서는 자신이 없다며 현대중공업의 돈과 직원을 쉽게 동원해 당선될 수 있는 울산 지역구를 고집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번 도쿄 발언 때 정몽준 후보에 대해 추가로 폭로할 것이 있다고 했는데.

"鄭후보가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될 때 나는 현대중공업 전무로서 서울사무소 영업본부장이기도 했다. 그는 따지고 보면 현대중공업 돈과 직원의 표로 네번이나 국회의원에 당선된 사람이다. 현대중공업은 鄭후보에게 선거자금을 지원한 뒤 이를 위해 결산보고서를 변칙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선거 기간에 임직원들에게 특별보너스 명목으로 돈을 뿌리고 인건비 항목에 포함시켰다. 또 鄭후보의 지역구에 마을 회관을 지어 주고 비용을 지출 항목에 끼워 넣는 방식을 썼다. 이러다보니 鄭후보가 선거에 나갈 때면 현대중공업의 결산보고서가 다른 연도와 크게 달라졌다. 그 결과를 봐라. 세계 일등 조선업체의 주가가 현재 1만원에서 오르락내리락하지 않는가. 장원갑 전 현대중공업 사장은 이런 점을 불평했다가 鄭후보에게 밉보여 쫓겨났다. "

-鄭후보를 이토록 물고 늘어지는 이유에 대해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다.

"鄭후보가 대통령 되는 일만은 끝까지 막을 작정이다. 하루는 위성TV로 한국 뉴스를 보는데 鄭후보가 현대전자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해 거짓말하고 있어 울분을 참지 못했다. 그래서 도쿄에 갔을 때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이다. 주가 조작 사건의 진실은 수차례 언급했듯이 鄭명예회장이 부탁해 鄭후보 대신 내가 죄를 뒤집어쓴 거다."

-그래도 정치적으로 미묘한 때를 골라 鄭후보와 싸움을 벌이는 이유가 석연치 않다.

"鄭명예회장은 아들(鄭후보) 대신 내가 감옥살이한 것을 무척 미안해 했다. 구치소에 있을 때는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을 나에게 보냈다. 출소한 뒤로는 鄭명예회장이 거의 매일 찾았다. 그와 하루 두세시간씩 얘기하는 일이 잦았다. 주로 금융 부문을 강화하자는 얘기를 많이 했다. 자식들 걱정하는 말도 자주 했다. 심심하면 鄭명예회장의 제의로 비디오를 함께 보기도 했다. 鄭후보는 이를 매우 못마땅해 했다. 특히 鄭후보는 형제 간 재산 싸움인 이른바 '왕자의 난'이 벌어진 2000년 5월 '3부자 퇴진 선언'도 내가 꾸민 것으로 몰아세웠다."

- 도쿄까지 가서 기자회견을 한 것은 정치적 속셈이 있어서가 아닌가.

"도쿄에는 주식펀드 자료를 구하러 갔다가 갑자기 기자회견을 하게 됐다. 현대건설 출신 후배를 만나 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 아는 기자가 있으면 불러 달라고 부탁했을 뿐이다. 한나라당과 접촉한 사실도 없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동생인 이회성씨와 내 관계를 잘 알지 않느냐."

LA=김시래·유재민 기자
sr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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