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개입 비난… 홍걸씨 석방엔 자제 한나라, DJ공격 강·온 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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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은 최근 청와대를 겨냥,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 간 후보 단일화 논의에 개입하고 있다며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그러나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의 삼남 홍걸(弘傑)씨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데 대해선 강력하게 비난하지 않았다.

조윤선(趙允旋)선대위 대변인은 지난 11일 논평에서 "법원 결정에 대해선 왈가왈부하지 않겠다"며 "하지만 대통령의 아들이 아닌 일반인이었어도 똑같은 결론이 났을지 그 형평성에 관해선 의문이 남는다"는 정도로만 말했다.

이런 절제된 대응이 DJ 내외의 홍걸씨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감안, DJ를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선거전략 차원에서 나왔다는 얘기가 있다. 더 나아가 이회창 대통령후보와 DJ 간 관계개선을 위한 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실제 李후보는 여러 통로를 통해 DJ 내외와 홍걸씨에 대한 말을 들었던 모양이다. 구치소로 김홍업·홍걸씨 형제를 찾아가 기도해 줄 정도로 DJ와 친분이 두터운 K목사에게서 최근 "대통령에 당선되면 홍걸씨를 선처하는 게 좋다"며 "가능한 한 빨리 나오게 하는 게 李후보를 위해서도 좋다"고 조언받았다고 한다. 또 박지원(朴智元)청와대 비서실장이 한달 전쯤 DJ 내외가 홍걸씨에 대해 걱정하는 심정을 상세히 말한 것도 전해 들었다고 한다.

당 안팎에선 이런 게 비판 수위를 낮추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그러나 남경필 대변인은 "그간 법원 판결에 대해선 신중하게 입장을 밝혀왔다"며 이런 시각을 부인했다. 한 특보도 "선거전략 회의에선 오히려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전했다. 한나라당은 이미 DJ에게 정치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 차원에서 DJ가 의장을 맡게 될 국가원로자문회의의 부활을 공약했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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