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특세, 이대로 연장해선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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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농특위가 내후년 6월로 끝나는 농특세를 연장하려는 모양이다.'세계무역기구의 다자간 무역협상이 야기할 농가 피해를 보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농특세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막바지에 '농산물 시장개방 대비'재원으로 10년간 총 15조원을 걷기로 했던 것이다.이제 새 무역협상을 하니 그때처럼 돈을 내라는 것이다.

농특세가 농업과 농촌에만 쓰기로 하고 거둬들이는 목적세인 만큼 그 부문으로서는 어떻게든 그 주머니를 계속 차고 있기를 바라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혼자 쓰는 주머니라서 방만하게 쓸 소지가 크고, 용처가 이미 정해져 있어 경제사정이 변해도 나라 살림 쓰임새를 바꾸기 힘들어, 나라 전체로서는 늘 피해야 하는 게 목적세다.

따라서 농특세를 없애는 게 최선(最善)이다. 농업지원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농업지원도 교육·복지 등 다른 쓰임새와 경쟁을 통해 나라 전체 주머니에서 타 쓰는 식으로 '정상화'하자는 얘기다. 농업에 쓰는 한 푼이나 교육에 쓰는 한 푼이나 아쉽고 아까운 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의 다자간 무역협상으로 농업 부문에 개방압력이 늘어날 걸 생각하면 농특세를 계속 둬야 한다는 주장이 일리 있게 들린다.

그러나 개방 때문에 고생하는 건 농업뿐이 아니다. 개방이 진행되고 특히 개도국과의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면서 구조불황 부문이 늘어나게 돼 있다. 이들의 어려움과 반발도 만만치 않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이렇게 보면 차선(次善)은 농특세가 아닌 '무역구조조정 특별세'를 걷는 것이다. 농업뿐 아니라 어느 부문이든 개방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을 때 그 구조조정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개방을 추진하는 정부에 대해 농민이 '특별지원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현실에 있다. 특히 농특세를 '농업에 대한 최소한의 애정 표시'로 간주하는 농민 앞에서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어느 누구도 없애자고 나서기 힘들게 돼 있다. 그 결과 농특세 연장이라는 최악(最惡)의 선택을 할 소지가 크다.

꼭 농특세를 유지해야 한다면 적어도 그 용처는 지금과 달라야 할 것이다. 우루과이라운드에 대비하자는 당초의 목적대로 농특세를 제대로 썼다면, 왜 남아도는 쌀 때문에 한 해 1조원 넘는 돈이 들어가야 하는가. 앞으로 거둬들이는 돈은 재고미를 더 쌓게 하는 '경쟁력 제고'나 '소득보전'보다는 개방체제 안에서의 생존을 돕는 '농업 구조조정 지원'에만 쓰여져야 할 것이다. 농특세,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자.

econop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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