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끝 동점포 이승엽 아버지에 큰절 뒤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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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대구구장 백스크린에는 '20년 불비불명(不飛不鳴), 웅비(雄飛) 삼성 라이온즈'라는 푸른색 플래카드가 걸렸다. '불비불명'은 중국 제나라 위왕 때의 고사성어로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다'는 말로 큰 뜻을 위해 오랫동안 조용히 때를 기다린다는 뜻. 큰 뜻을 위해 20년 동안 조용히 기다려온 삼성이 드디어 크게 날아오른다는 의미였다.

○…지독한 슬럼프 끝에 9회말 극적인 동점홈런을 때린 '국민 타자' 이승엽은 우승 결정 뒤 더그아웃으로 찾아온 아버지 이춘광(54)씨에게 그 자리에서 큰절을 올린 뒤 진한 포옹과 함께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승엽은 뇌종양으로 두번이나 수술을 받는 등 투병 중인 어머니 김미자(50)씨에게 자신의 홈런 소식이 알려져 조금이나마 병세가 호전되기를 바란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삼성은 '부자 구단'에 걸맞게 역대 우승팀 중 사상 최대의 포상금 잔치를 벌일 전망이다. 삼성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눈앞에 두고 좌절했던 뼈아픈 경험 때문에 우승 보너스를 어느 정도 지급할지 밝히진 않았지만 지난해 우승팀 두산이 내놓았던 사상 최고액 15억원을 훨씬 능가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 삼성 신필렬 사장은 우승 직후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우승 보너스 문제는 차분하게 생각하겠다"며 극도로 말을 아꼈지만 지난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을 때 우승하면 20여억원을 풀 것이라는 말이 돌았던 만큼 그 이상도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 페넌트 레이스 1위에 오른 뒤 구단이 5억원을 풀었던 것과 달리 올해에는 정규시즌 1위 확정 후에도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고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로 모든 것을 미뤄 기대는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삼성은 약 7억원의 우승 배당금을 받게 된다. 올 포스트시즌에는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합해 총 20만9천4백78명의 관중이 입장해 수입금 24억4천3백61만7천원을 기록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입장수입 중 대회 개최를 위한 필요경비를 제한 금액에서 50%를 우승팀에 배당금으로 전달하는데, 약 7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쉽게 준우승에 머문 LG는 입장수입의 25%인 3억5천여만원을 받게 되고, 3위 기아는 15%, 4위 현대는 10%의 배당금을 받는다. 한편 한국시리즈는 2000년 6차전부터 14경기 연속 매진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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