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녹색당 신화의 주인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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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녹색당 창당 주역, 녹색신화의 주인공인 페트라 켈리의 전기로 그녀의 정치적 동료였던 영국의 대표적 환경운동가가 썼다. 켈리는 독일에서야 20세기 10인의 정치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유명인사지만 국내에선 그의 삶과 사상에 관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형편이다. 때문에 비록 그녀가 암살된 지 10년이 지나 늦은 감은 있지만 오늘날 세계 시민운동의 큰 흐름인 녹색운동의 배경을 이해하는 데 딱 맞춤인 책이다.

켈리가 반핵군축운동이 중심이던 시민운동을 정치조직화해 1979년 유럽의회 선거전에 뛰어들 당시 구호는 "자유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유"였다. 정당의 이름은 '나머지 정치연합-녹색당'이었고.

그러나 83년 녹색당의 제도권정치 진입후 그녀의 행적은 눈부셨다. 남성중심적이고 폭력적인 정치판에서 확고한 신념과 치밀한 논리로 독일통일의 숨은 주역이 되는가 하면 티베트 독립운동, 세계 소수민족을 위한 인권투쟁 등에 독일의 양심으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환경보호·비폭력 반전평화운동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일반시민들이 이에 동참하도록 용기를 불어넣은 것은 켈리가 인류에 남긴 큰 유산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켈리의 일기 등 자료와 주변인사들에 대한 치밀한 인터뷰를 통해 켈리의 삶과 사랑, 성공과 좌절을 생생하게 그려 나간다.47년 뮌헨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성장하게 된 가정사,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비폭력 정신을 익힌 과정, 퇴역군인 바스티안과의 사랑 등 인간적 면모와 함께 그녀가 가진 호소력의 비결, 녹색당과의 갈등 등을 살피고 있다. 저자의 결론은 "켈리가 없었더라도 녹색당은 생겼을지 모르나 녹색신화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인데 많은 독자들도 이에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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