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 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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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수능 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은 좀 더 논리적이거나 종합적인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 눈물겹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마다 차이가 드러난다. 인체의 뇌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뇌의 구조에 따라 그 능력이 다르다고 말한다.

창조적 두뇌를 가진 천재들은 어떨까.

인류의 역사가 진행되면서 수많은 천재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뇌 과학자들은 천재들의 두뇌를 실험대에 올려놓고자 하는 호기심을 버리지 못했다. 그러나 곧장 윤리적인 문제에 부닥쳐 엄두를 내지 못했다.

1955년 4월 18일. 20세기 최고의 과학자로 불리던 76세의 아인슈타인이 복부 대동맥 파열로 사망하자 과학자들의 관심은 그의 두뇌 연구에 쏠렸다. 그의 뇌는 프린스턴 대학의 병리학자인 토머스 하비 박사에 의해 검시 도중 분리됐음이 나중에 밝혀졌다. 아인슈타인의 시신에서 직접 뇌를 꺼낸 그는 시골 연구실에 숨어서 세계를 바꾼 천재의 뇌 연구에 몰두했다. 소수의 다른 뇌 과학자들도 참여했다. 이를 둘러싸고 아인슈타인 유족들과의 마찰도 끊이지 않았다.

천재의 뇌는 보통사람들보다 큰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경우는 성인 남성의 평균인 1.4kg(여성은 1.25kg) 보다 가벼운 1.23kg이었다. 그의 뇌는 2백40 조각으로 나뉘어 각각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분석 작업이 진행됐다.

뇌 신경학자인 버클리 대학의 마리안 다이어먼드 박사 등은 아인슈타인 두뇌에서 언어 및 사고 추리 기능을 담당하는 39구역의 신경아교 세포(신경세포가 원활하게 물질대사를 하도록 도와줌)가 보통사람보다 훨씬 많다고 말했다. 그의 상대성 이론 발견도 뇌의 오른쪽에 있는 39구역의 왕성한 신진대사에 의한 것으로 추정돼 우리들에게 역사적·과학적인 감동을 안겨준다. 39구역의 뇌 세포 조직은 어른의 가운데손가락 두개 크기만한 셀룰로이드판에 담겨져 현재 국립서울과학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어떻게 해서 39구역의 뇌 구조가 논리적 사고와 창조적 아이디어의 생산공장이 될 수 있을까. 인체의 신비에 새삼 경외로움을 느낀다.

디지털 기술과 생명공학을 접목시키면서 인간의 소우주인 뇌의 연구에 박차를 가한다면 언젠가는 한 나라의 장래를 이끌어갈 정치인들의 통치 능력과 지능, 적성, 감성까지 비교할 수 있는 날이 올지 모른다. 비전과 소신, 그리고 진실성 있는 정치인들의 뇌 구조를 공개할 수 있는 날을 상상해 보는 즐거움도 없지 않다.

최철주 논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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