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양건설 비자금 공방 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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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대통령후보 부인 한인옥(韓仁玉)씨가 1997년 대선 직전 부천시 범박동 재개발사업 시행사로 선정된 기양건설로부터 10억원을 받았다는 주장이 '시사저널'에 의해 보도됐다. 시사저널은 기양건설 이교식 전 상무가 "기양건설이 확보한 비자금 1백38억원 중 10억원이 韓씨에게 제공됐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李씨는 또 "기양건설은 김병량 회장과 최측근만 아는 특별장부를 따로 만들어 관리해 왔다"면서 "다방 종업원을 시켜 5천만원과 1억원을 수차례 인출한 후 정치권으로 보냈다. 처음엔 부인 장순례씨를 통해 한인옥씨에게 돈을 보냈고 나중엔 金회장이 직접 현금으로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시사저널은 '비자금 장부' 사본도 공개했다. 1백38억원의 사용처를 기록한 '자금 지출 내역서'엔 '한인옥(이회창) 수시 지급 10억원'이라고 적혀 있다. 이는 지난 10월 민주당 전갑길(全甲吉)의원이 국회에서 발언한 내용과 비슷하다.

민주당은 즉각 '한인옥씨 10억원 수수 의혹 진상조사특위'를 구성했다. 문석호(文錫鎬)대변인은 "한나라당은 공적자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기양건설로부터 돈을 받은 뒷거래가 불거질 것을 두려워 해 공자금 국정조사를 무산시켰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제2의 김대업 테이프" "병풍(兵風)조작에 이은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시사저널과 李씨에 대한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맞섰다.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은 "부지 처분과 주택조합설립, 주택건설사업계획 등이 모두 이 정권 들어서 승인됐는데 어떻게 당시 야당 총재였던 李후보와 관련이 있을 수 있느냐"며 "장부 조작"이라고 반박했다.

南대변인은 또 "韓여사에게 로비했다는 97년 10월엔 李후보 지지율이 10%대에 불과했는데 거액을 로비할 사업가가 어디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정민 기자

jm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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