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덫에 걸린 '高齡 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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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오는 5일 실시되는 미국 중간선거에 출마한 수많은 후보 가운데 요즘 단연 화제가 되고 있는 인물은 월터 먼데일 전 부통령이다. 그의 재등장은 극적이다.

지난달 25일 폴 웰스턴 상원의원(민주·미네소타)이 비행기 추락사고로 숨졌다. 당원들은 열성적으로 먼데일을 찾아가 출마를 권유했고, 그는 이를 받아들여 웰스턴 의원의 뒤를 잇는 후보가 됐다.

지난달 31일 첫 기자회견에서 먼데일은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 그는 "당선되면 6년 임기를 다 채울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의 선거운동본부는 병원에서 발급 받은 건강증명 의견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먼데일은 74세다.

만약 18년 전 일만 없었다면 그의 건강 자랑은 그저 그런 '노익장 과시' 정도로 넘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밑에서 부통령을 지낸 먼데일은 1984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그 때 56세였던 그는 TV 토론에서 73세였던 레이건의 나이를 언급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자신이 젊다는 점을 과시했다.

2002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은 18년 전 일을 잊지 않았다. "그 때의 레이건과 지금 당신의 나이가 비슷하지 않으냐"는 질문이 나왔다. 먼데일은 "당시 내가 레이건 후보의 나이를 언급한 것은 유감"이라고 물러서야 했다. 그는 "그 말을 한 다음날 레이건 후보의 가족에게 사과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금 먼데일이 상대해야 하는 공화당의 놈 콜먼 전 세인트 폴 시장은 53세다. 대선에 도전했을 당시 먼데일의 나이보다 오히려 세 살이 적다. 18년 전처럼 콜먼이 상대 후보의 나이 문제를 걸고 나오면 그가 뭐라 대답할지 궁금해진다. 미국 선거에서 나이를 약점으로 잡아 상대방을 몰아붙이다가는 손해 볼 가능성이 크다. 허약한 젊음을 나무라는 강건한 고령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ji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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