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깐깐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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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처리할 때 담보가 충분하더라도 고객의 신용이 낮으면 대출한도를 줄이는 등 대출심사를 깐깐하게 하고 있다.

과거에 담보만 넉넉하면 담보 인정비율 안에서 얼마든지 돈을 빌려주던 관행이 깨진 것이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신한·기업·외환은행은 가계대출 부실 방지를 위해 담보대출을 신청한 고객의 신용도를 세 단계로 나눠 대출한도에 차등을 두고 있다. 고객의 직업·수입·거래실적 등을 점검해 원금과 이자를 제때 받을 수 있을지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우량 고객은 최대 대출가능 금액(집값의 60%)의 1백%를 다 빌릴 수 있지만 우량 고객은 95%, 비우량 고객은 90%까지만 대출받을 수 있다.

예컨대 1억원짜리 집이 있으면 최우량 고객은 6천만원, 우량 고객은 5천7백만원, 비우량 고객은 5천4백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은행 신용정보팀 윤용진 차장은 "담보가 있어도 고객의 신용이 낮으면 연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장기간 연체가 되면 담보물을 경매에 부쳐 대출금을 회수할 수는 있겠지만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관련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 신용도를 현재 세 단계로 나누고 있지만 앞으로는 다섯 단계나 열 단계 정도로 세분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미은행도 고객의 신용도를 분석해 비우량 고객에 대해선 최대 대출가능 금액의 95%까지만 빌려주고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단계적으로 대출한도의 차이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민·서울은행은 신용도가 좋지 않은 고객이 집을 담보로 대출을 신청하면 방 하나에 1천6백만원씩 대출한도에서 빼고 있다.

예컨대 방이 두개고 시가가 1억원인 아파트를 담보로 제공할 경우 우량 고객은 6천만원을 빌릴 수 있지만 비우량 고객의 대출 한도는 방 두개에 대해 3천2백만원을 뺀 2천8백만원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외환은행도 담당 지점장이 고객의 신용도를 보고 방의 개수에 따른 공제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최근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의 가계 주택자금대출 태도지수는 지난 3분기에 마이너스 44였으며 4분기 예상치도 마이너스 33으로 대출심사가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수가 마이너스면 대출심사를 강화한 곳이 완화한 곳보다 많다는 의미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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