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집권후 최대 시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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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임기 내 체첸 내전 완전 종식을 선언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체첸반군의 안방 인질극으로 집권 후 최대 시련에 처하게 됐다. AP통신은 24일 "체첸 내전 종식에 대한 기대 속에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푸틴 대통령이 이번 사태로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푸틴, 비상대기=푸틴 대통령은 사태 발생 직후 독일·포르투갈 등 해외순방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비상대기에 들어갔다. 크렘린궁은 24일 "오늘 오후로 예정된 푸틴 대통령의 베를린 방문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와의 정상회담은 물론 내일로 예정된 포르투갈 방문도 취소한다"고 밝혔다. 대신 푸틴 대통령은 유리 루슈코프 모스크바 시장·니콜라이 파트루쉐프 연방보안국(FSB)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최우선 목표는 시민들의 안전"이라며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하일 카시야노프 총리와 함께 집무실에서 밤을 새우며 사태수습을 지휘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은 전했다. 사태가 장기화하고 민간인 희생자가 다수 발생할 경우 우파의 공세로 차기 대선 구도에도 악영향이 예상되는 만큼 평화적이고 조속한 사태해결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푸틴 대통령은 26일 멕시코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도 취소했다.

◇외국과의 연계 가능성=푸틴 대통령은 "이번 인질극이 외국 TV 채널을 통해 처음 알려졌으며 유례없이 대규모란 점은 이번 사건이 외국과 연계됐음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알 카에다 등 국제 테러 단체와의 연계 가능성을 제기했다.

◇협상·진압 병행=사태 현장에는 이미 군 탱크까지 동원된 가운데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내무부 산하 특수경찰 오몬, 국방부 산하 대(對)테러 진압부대인 알파 등이 총출동했다. 명령만 떨어지면 곧바로 진압에 돌입한다는 것이다.

러시아 하원 두마는 "인질의 전원 석방"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인질범과의 협상에 들어갔다. 루슬란 하스블라토프 등 체첸공화국 출신 의원들은 전화협상에서 "안전한 제3국행을 보장하겠다"고 제의했으나 타협에 실패했다. 반군들은 보리스 넴초프 우파연합(SPS)당수, 그리고리 야블린스키 야블로코당 당수 등 러시아 정계의 거물들과의 협상을 원하고 있다고 인테르팍스는 전했다.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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