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강용석 의원, 거듭된 거짓말이 더 문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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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강용석 의원의 언행이 막장으로 치닫고 있어 그를 국민의 대표로 두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어린 여대생을 상대로 성희롱을 한 것도 모자라 거짓말을 거듭하더니 이제 언론중재위의 결정문까지 조작해 언론사와 취재기자의 명예를 더럽히고 있다.

그는 중앙일보와 매일경제신문을 상대로 터무니없는 반론보도를 요구해 놓고 그것이 마치 언론중재위가 사실로 확인한 것처럼 왜곡한 보도자료를 뿌렸다. 반론보도문은 사실과 관계없이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신청자의 주장을 중심으로 초안을 만들고 피신청자와 합의하게 돼 있다. 그런데도 자신의 일방적 주장을 담은 초안을 마치 중재위가 확인한 것처럼 국민을 상대로 속임수를 쓴 것이다.

그는 이 초안에서 매일경제신문 취재기자의 증언이라며 자신의 문제 발언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나는 “대통령이 참석한 여학생의 번호를 땄을 수도 있겠다”는 발언은 강 의원이 아니라 동석한 남학생이 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다 줘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는 말은 “아나운서는 시키면 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말한 것을 잘못 보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언론중재위의 최종 합의서에서 모두 인정되지 않고 빠졌다. 매일경제신문은 “강 의원이 취재기자의 발언을 왜곡했다”며 두 가지 문제 발언은 모두 취재된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강 의원의 성희롱 발언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으로서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내용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그의 도덕성이다. 그는 발언 내용이 공개된 이후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학생들에게 전화를 걸어 압력을 넣었다. 이제 중재위원들이 지켜본 내용마저 왜곡해 여론을 뒤집으려 공작을 했다. 이런 도덕성을 가진 사람이 공직을 사심(私心) 없이 수행할 리 없다. 국회의원은 물론 법을 다루는 변호사로서도 부적격하다.

어제 국회 윤리특위는 징계안을 상정했다. 그러나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심사소위에 넘기지는 못했다. 회의 내용을 공개하면 소신 발언을 못한다며 일부 한나라당 의원이 퇴장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 소신 발언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한나라당도 선거를 앞두고 했던 사과가 득표전략에 불과한 것이었는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