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은 파괴의 미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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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정말이지 미술사 교양서는 이제 독서시장의 단골 품목이자 즐거운 읽을거리로 자리를 잡은 느낌이다. 이번 주만 해도 『거꾸로 서있는 미술관』외에 미술사 관련서들인 『오페라거리의 화가들』(진휘연 지음, 효형출판)『화가는 왜 여자를 그리는가』(정은미 지음, 한길아트)등 3권이 나왔다. 모두 평균 이상의 책이어서 짭짤하다.

『화가는 왜 여자를 그리는가』는 이 필자의 첫 저술. 화가로 활동하면서 저술작업도 병행하는 재능있는 미술 에세이스트 한명의 등장을 알린다. 정은미의 등장은 『유혹하는 모나리자』(한길아트)등 양질의 미술사 책을 펴낸 노성두, 『50일간의 유럽미술관 기행』(학고재)의 이주헌 등에 이어 이 분야의 필자들이 다양해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오페라거리의 화가들』은 정초 『아방가르드란 무엇인가』(민음사)를 펴냈던 필자의 후속 저작. 다소 무거운 서술 스타일 때문에 친절함은 덜한 듯하지만 정보량은 적지 않다. 친절함과 정보량을 함께 갖춘 『거꾸로 서있는 미술관』의 경우 작은 책자에 20세기 이후 현대미술의 흐름과 파격논리를 효과적으로 알려주는데 성공하고 있다.

서술은 파블로 피카소·앤디 워홀에서 솔 레비트·백남준·전병현에 이르는 18명 작가의 소개 방식이면서도 20세기 미술의 흐름 전체를 "거짓된 탈을 벗고 알몸을 드러내는 파괴의 미학"으로 규정하는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19세기 이전까지의 고전시대가 "포장과 덧칠의 미학"이라면, 현대미술은 그 반대로 "빼기와 벗기기의 미학"이라서 보다 우리 삶과 가까워지고 있음을 규명한다.

이 책 저자 역시 믿음직한 필자의 등장을 알린다. 프랑스에서 문학과 미술사를 함께 공부한 그의 문장은 안정돼 있으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운용되는 것이 특징이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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