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지 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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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건설교통부와 국세청 간에 주거용 오피스텔에 대한 해석이 달라 혼선을 빚고 있는 가운데 오피스텔 불법·편법 분양이 잇따르고 있다.

오피스텔에는 욕조를 만들 수 없는데 도 업체들은 모델하우스에 버젓이 욕조를 넣는가 하면, 서울시·경기도 등이 복층형 오피스텔분양을 금지했는데도 복층형 설계를 여전히 분양전략으로 이용하고 있다.

사정을 잘 모르는 수요자들이 이 같은 시설을 한 오피스텔을 분양받았다가 나중에 철거해야 할 가능성이 큰 만큼 행정당국이 사전에 이런 행위를 막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H시행사와 S건설은 최근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주거용 오피스텔 1백72실의 모델하우스에 욕조를 넣었다. 안내책자에도 욕조를 그려 넣었다.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달리 건교부 건축기준에서 발코니는 물론 욕조도 설치할 수 없도록 돼 있다.이에 대해 시공사인 S건설 측은 "욕조는 준공 후에 시공해 주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오피스텔은 업무시설이 전체 면적의 50% 이상이어야 하지만 이 오피스텔 안내 책자 평면도에는 모든 구획이 마치 아파트처럼 침실·거실·주방·파우더 룸과 드레스 룸 등으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허가관청인 강남구청에 문의한 결과 이 업체는 허가를 신청할 때 설계도면에 욕조를 빼고 거실과 방 일부를 '업무용'공간으로 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 건설업체 관계자는 "상당수 오피스텔 분양업체들이 이런 방식으로 허가를 받아낸 뒤 업무 공간을 주거면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오피스텔은 지난 9∼10일 공개청약 결과 최고 30대 1의 높은 경쟁률로 마감됐다.떴다방(이동식 중개업자)들이 로열층을 기준으로 최고 1억원의 프리미엄을 붙여 파는 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경기도가 지난 3월 오피스텔에 복층형 시공을 할 수 없도록 했는데도 M·W·D사 등 3개 업체는 지난 8월 말부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에서 복층형으로 시공해 준다는 조건으로 분양하고 있다.

특히 M·W사는 10평 안팎 크기로 15층으로 짓는다고 건축허가를 받아 놓고 14∼41평형 18층 규모로 분양한 뒤 뒤늦게 설계변경을 제출했다.

전문가들은 시행사와 시공사들이 오피스텔을 마치 아파트처럼 홍보하고 소비자들에게 불법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서울·분당 등지의 주거용 오피스텔 일부는 입주 후 욕조를 넣거나 복층형으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당 수내동 P오피스텔의 경우 1998년 칸막이 벽을 설치, 아파트처럼 분양해 물의를 빚었으나 성남시로부터 아무 문제 없이 준공검사를 받았다. 모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오피스텔 분양업체들이 당국에서 준공 후에는 제대로 점검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 준공 후 욕조를 넣거나 복층형으로 바꿔준다며 분양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미숙 기자

seom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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