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뿜는 젊음의 자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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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2면

옥탑방. 색색깔의 빨래가 너절하게 널려 있다. 젊은 남자가 두 팔과 두 다리를 걷어붙이고, 양은 냄비에 담긴 빨랫감을 찰박찰박 밟으며 춤을 춘다. 콧노래로 '캘리포니아 드리밍(California Dreaming)'을 흥얼거리면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다가 신이 끝까지 오른 우리의 청년. 급기야 온 몸을 휘두르면서 '나만의 자유'를 느낀다. 산타페 커피 광고다.

벌써 네 편의 광고가 나왔지만 산타페만의 스타일은 변함이 없다. 목청껏 콧노래를 불러대는 젊은 남녀가 항상 등장한다. 형편없는 노래 실력이건만 개의치 않고, 오히려 온 몸으로 더욱 신을 낸다. 집 안에서 우산을 쓰고 춤을 추고, 빨랫감을 쥐어짜며, 침대에서 뒹군다. 흥겹고 밝고 명랑한 올드팝에 맞춰 몸을 흔드는 그들을 보면 괜시리 나도 즐거워지는 기분이다.

확실히 산타페 광고는 기존의 커피 광고와는 다른 구석이 있다. 커피란 본래 귀족의 기호품이자 낭만과 사랑의 음료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커피 광고에는 유명 모델이 나와서, 서로 사랑을 나누거나,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사회활동을 하거나, 고급스럽고 우아한 삶을 뽐내곤 한다.

이런 공식에서 벗어나 다소 생소한 주제인 '나만의 자유'를 들고 나와 3년간 롱런하고 있는 산타페 광고를 보고 있노라면 일단 차별화에는 확실히 성공한 것 같다.

그 자유조차도 다른 광고의 자유와는 전혀 다르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열심히 일했으니 이제 떠나서 쉬라는 현대카드 광고와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확실히 드러난다.

현대카드 광고에서 그리는 자유는 일로부터의 자유이자 정신의 자유다. 규칙적이고 정형화되어 있는 바른 생활로부터 벗어나 두 팔을 날개처럼 쭉 펴고 복잡한 마음을 홀가분하게 비우는 자유. 기성세대가 지금껏 알아왔고, 또 누리고자 했던 고전적인 의미의 자유다. 이러한 자유는 여유롭고 평화로우며 안온하다.

그에 비해 산타페의 자유는 '나 자신'으로부터의 자유며 몸의 자유다. 온 몸을 내던져 얻어내는 짜릿하고 본능적인 자유며, 무아지경에 가까운 자유다. 신체 오감을 총동원해 느껴야 하므로 시끄럽고 소란스럽기도 하다. 이렇듯 감각적이고 정서적이며 신체적인 특징이 있어서, '몸'의 자유는 기성세대보다는 젊은이들이 추구하는 자유이기도 하다.

젊은이들의 숨은 욕구를 정확히 그려내고 있는 산타페의 다음 캠페인에서 또 어떤 몸부림이 등장할지, 어떤 모습의 몸의 자유가 그려질지 기대된다.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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