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株만 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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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미국 주식시장에서 장기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펀드매니저 빌 밀러(사진)가 최근 남들이 다 내던지는 종목을 골라 사모으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시가총액 79억달러에 달하는 LMVT펀드를 움직이는 밀러는 뮤추얼펀드 매니저로선 유일하게 최근 11년간 연속해 S&P500지수 이상의 수익률을 거둔 월가의 살아 있는 전설.

현재 그가 보유 중인 종목은 회계부정으로 사실상 휴지조각이 된 타이코와 퀘스트사의 주식을 비롯해 다른 대형주에 비해 낙폭이 컸던 IBM·AES·웨이스트매니지먼트사 등의 주식이다. 자연히 상반기 펀드수익률도 마이너스 19%를 기록, S&P주가(-17.2%)보다 더 낮았다.

하지만 그는 최근 타이코사의 주식을 두배로 늘린 데 이어, 퀘스트사의 주식 6백만주와 경영 압박에 시달리는 루슨트테크놀러지사의 주식 4백만주를 추가로 사모았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밀러가)궁지에 몰린 나머지 던져본 마지막 승부수이자 보유 주식의 주가를 떠받치려는 출혈 매입"이라는 의견이 나오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선 "과거 실적을 볼 때 뭔가 있다"는 해석도 있다.

그는 1990~93년 중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시티은행·체이스맨해튼(현 JP모건 체이스)등 금융주를 사들여 95~98년 최고의 수익률을 올렸고, 97년엔 폭락했던 AOL주를 대량 매입해 효자로 만든 경력이 있다.

밀러는 최근 펀드 가입자들에게 편지를 보내 "일반투자자들이 주식을 많이 파는 시점이 바로 대형 펀드들에게는 절호의 투자기회"라며 "자신은 최후에 웃는 자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명했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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