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자연의 소리 들으며 조화로운 삶 배웠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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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 7월 31일 새벽 희뿌연 서울 하늘을 뒤로 하고 전국에서 모인 또래 여고생 78명과 버스로 네시간 남짓 달려 설악산 장수대 숲 속 학교에 도착했다.

유한킴벌리(대표 문국현)에서 실시하는 3박4일 동안의 숲 체험 프로그램인 '그린캠프'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이 캠프는 여고생들이 미래의 환경 지킴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무료 환경캠프인데, 16년 전부터 해마다 열렸다고 한다.

입소 첫날 저녁에 우리는 자연을 강의실 삼아 숲의 기능과 숲의 파괴가 가져오는 재앙 등에 대해 배웠다.

강의가 끝난 뒤 숲 속의 소리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가만 귀를 기울이니 처음엔 풀벌레 소리만 들리다가 멀게 느껴졌던 계곡물 흐르는 소리와 맑은 바람 소리가 함께 들렸다. 나는 그것이 자연의 숨결이라고 생각했다.

이튿날 '숲과 대기'에 대한 강의 시간에 과다한 전기 소비는 자원을 고갈시킬 뿐만 아니라 온실 기체를 발생시켜 지구 온난화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또 온실 기체를 없애려면 많은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마지막날 '숲과 생물의 다양성' 시간에 우리는 풀피리를 만들어 불고, 주변의 다양한 나무와 식물들의 이름도 알아봤다.

이윽고 고대하던 '숲속 영화제'의 막이 올랐다. 그린캠프의 21개 프로그램에서 터득한 환경 지식을 쏟아부어 조별로 만든 영화를 상영하고 이를 평가하는 시간이었다.

우리 조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소설을 패러디해 스토리 보드(전달하려는 이미지를 시각화하는 작업으로 각 장면에 대해 어떤 내용을 어떻게 찍을 것인지 그림으로 표현한 것)를 짠 뒤 영화를 촬영했다.

카메라를 맡은 학생, 연출을 맡은 학생 등 모두 난생 처음 제작해 보지만 각자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짧은 캠프 생활이었지만 숲에 대한 새로운 지식들로 풍요로워졌다.

숲은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는 가운데도 사람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의 중요성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숲과 물, 그리고 곤충들 모두는 사람과 다를 바 없는 소중한 생명체로 이들이 건강해야 우리도 건강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은 값진 시간이었다.

글·사진=이소정(본지 학생 명예기자·서울 창문여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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