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 아닌 차별 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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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선출직 후보의 30%를 여성에게 할당하자는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역차별이다" "실력대로 경쟁하는 게 공정하다"는 의견에서부터 "여성 인력풀이 부족해 별 효과가 없을 것"이란 주장까지 다양하다.

심지어 정치권 일각에서는 "공짜로 먹으려 한다" "특혜를 주는 셈이다" 등의 비난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미경(美卿)의원은 "정치적 소외계층인 여성을 이대로 계속 방치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에 있어 결정적인 결함이며,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결코 역차별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유엔은 이미 1980년대 초 "누적된 차별이 심할 경우 한시적으로 역차별 규정을 둬야 한다"고 결론짓고 정치권에 30% 이상 여성 참여를 보장할 것을 회원국에 권고한 바 있다.

미국도 흑백 갈등이 극심하던 1960년대 초 '차별시정조치'를 통해 소수자의 권리를 적극 보장했다. "실력대로 하자"는 주장에 대해 한나라당 김금래(金錦來)여성국장은 "실력을 겨뤄보기도 전에 넘어야 할 장벽이 너무 많은 게 현실"이라며 "여성들이 남성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조성한다는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할당제는 시혜 차원이 아닌 형평성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논리다.

민주당 유승희(兪承希)여성국장은 "성인과 갓난아이에게 똑같은 출발선상에서 1백m 달리기를 하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여성이 어느 정도 정치적으로 성장할 때까지는 한시적·과도기적 우대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성 인력풀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사회평론가 박주현(朴珠賢)씨는 "최근 10여년새 여성 인적자원이 몰라보게 풍부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서울대 정시모집 합격자 중 36.2%가 여성이었고, 지난해 사법고시 합격자의 17.5%인 1백73명이 여성이었다.

한편 '할당'이란 단어가 '거저 주거나 자격이 안되는 사람에게 마지못해 떼준다'는 부정적 분위기를 풍기는 만큼 '쿼터(Quota)제'로 바꿔쓰거나 '어느 한 성(性)도 70%를 초과할 수 없다'는 식으로 표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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