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원장 선출 엎치락 뒤치락> 과반 안돼 3차 투표까지 법제처 유권해석 받기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뽑기 위해 6일 오후 3시 열린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사회연구회 이사회는 3차 투표까지 가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12명의 이사 중 김송자 노동부차관이 휴가로 불참, 11명의 이사만 투표한 1차 투표에서 최다 득표를 한 후보는 이계식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李교수는 6표를 얻었으며 4표를 얻은 김중수 경희대 교수를 제치고 원장자리에 가장 가까워졌다. 민주당 장재식 의원의 아들인 장하준(39)케임브리지대 교수는 한표를 얻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같은 투표 결과는 2차 투표에서 뒤집혀졌다.

1차 투표에서 재적이사의 과반수 득표를 못할 경우 1,2위 후보를 놓고 실시하게 되는 2차 투표에서 金교수가 6표로 1위, 李교수가 5표로 2위가 돼버린 것.

결선투표에서 최다 득표를 한 金교수로 결정되는 듯했으나 참석한 일부 이사들이 과반수 득표를 못한 후보를 원장으로 뽑는 것은 법 규정에 어긋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 24조는 '원장은 재적이사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사회는 법제처에 긴급히 유권해석을 의뢰했고, 법제처는 "과반수에 못미치는 득표로 원장을 뽑는 것은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해석했다.

결국 이사회는 다시 3차 결선투표를 실시, 과반수인 9표를 얻은 金교수를 원장으로 확정했다.이 바람에 한 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이사회는 네 시간이 넘는 마라톤회의가 됐다.

이날 참석한 한 인사는 "후보들에 대해 충분한 검증절차를 거쳐 원장을 선출했다고 생각한다"며 "국책연구기관장을 정부가 낙점하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고 말했다.

정철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