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가 피 - 근육강화·피로회복… 운동선수엔 '보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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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한 우리 축구 대표팀이 반년 전부터 보양식으로 먹은 3대 식품은 오가피·홍삼·사편환(잉어·붕어·가물치 등을 원료로 해 만든 식품)이다. 이중 오가피는 매일 세번씩(한번에 한팩)먹었다.

대표팀 김현철 주치의는 "근육에 쌓인 피로를 30% 빨리 풀어주고 간의 해독능력을 높여주기 위해 오가피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잎이 별모양의 다섯 갈레로 돼 있는 오가피(五加皮)가 운동선수들의 '보약'으로 쓰인 것은 꽤 오래 됐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당시 옛 소련 선수들은 오가피를 먹고 집중력·근력을 길렀다고 한다

『동의보감』에는 오가피가 "힘줄과 뼈를 튼튼히 하며 의지를 굳세게 한다"고 기술돼 있다. 다리가 저리고 아프며 뼈마디가 당기는 것을 치료해주고 허리·등의 통증을 다스려준다는 표현도 나온다. 또 허리뼈·근육을 강하게 하고 다리에 힘이 없어 늘어질 때 효과적이라고 했다. 오가피는 강훈(强訓)·격렬한 경기에 지친 축구선수에겐 안성맞춤이란 것이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원장의 평가다.

맛이 맵고 쓴 오가피는 신경통·관절통에도 효험이 있다고 한다.'제2의 인삼'이라고도 불리는 오가피. 인삼과 같은 과(科)다.

어린 싹은 인삼과 잘 구별되지 않는다. 나중에 나무로 자라면 오가피, 풀로 자라면 인삼이다. 인삼에 사포닌이 있다면 오가피엔 아칸토사이드D라는 유효성분이 있다. 이 성분이 간을 보호하고 해독작용을 한다.

한방에선 인삼을 폐장·비장의 경락(經絡)에 들어가 원기를 보강하는 약으로 친다. 그 사촌격인 오가피는 간장·신장의 경락에 들어가 작용하는 약으로 본다. 간장은 피로, 신장은 원기(元氣)를 담당하는 곳이므로 오가피가 근육활동으로 쌓인 피로, 정신적인 피로를 푸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

오가피는 신장의 기(氣)를 보충해주므로 남성의 성기능을 강화시킨다. 이를 근거로 한방에선 남성의 음위증(임포텐스)과 성기 주변이 늘 축축한 낭습증(囊濕症)치료에 쓴다. 또 여성의 음양증(외음부 가려움증)치료시에도 처방된다.

중국의 『본초강목』에 '한 줌의 오가피는 한 마차의 금옥(金玉)보다 낫다'고 기록돼 있다. 오가피는 대개 껍질·가시가 약이 된다. 민간에선 오가피 삶은 물로 담근 오가피술을 허리 아픈 데 써왔다.

오가피는 그러나 음기가 약해 열이 오르거나 입이 잘 마르고 쓴 사람은 피해야 한다. 열이 나면서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거나 통증이 있는 사람에게도 처방되지 않는다.

한편 오가피는 러시아·북해도 등 추위가 심한 곳에서 자생하나 국내에도 지리산오갈피·섬오갈피·가시오갈피 등이 산다.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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