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있는아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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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저 높은 곳에서, 떠도는 불빛,

정녕 별은 그렇게 빛나는 것일까?

투명한 별, 떠도는 불빛이여,

너의 형제, 뻬뜨로뽈이 죽어간다.

저 높은 곳에서, 지상의 꿈이 타오르고

초록별 하나가 타오른다.

아, 네가 물과 하늘의 형제 별이라면,

너의 형제 뻬뜨로뽈이 죽어간다.

검은 네바 강 위로 투명한 봄이 부서지고,

영원의 초가 녹고 있다.

아, 네가 별이라면-너의 도시, 뻬뜨로뽈,

너의 형제, 뻬뜨로뽈이 죽어간다.

-오시프 만젤쉬탐(1891~1938)'저 높은 곳에서, 떠도는 불빛' 중:조주관 역

스탈린 치하에서 죽은 만젤쉬탐의 시는 아내의 기억력으로 살아남았다. 여류시인 츠베타에바의 말:"만젤쉬탐은 시가 없이는 앉을 수도, 걸을 수도, 살아갈 수도 없었다." 말레이시아에서 나는 별 모양의 열대과일을 보았다. 피망 썰 듯이 써는 족족 별이 되는 과일, 꼭다리 끝까지 썰어도 별이 나오는 과일, 하늘―화채 그릇 속에 떠도는 초록 별―열매. 그러나 하늘의 별은 별 모양이 아니고, 해삼처럼 미끄러워 잘 썰리지도 않는다.

이성복<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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