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공연에 비싼 대중가수 세워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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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문화의 서울 편중을 막고 소외된 지역의 문화향수권을 확대하기 위해 문화관광부가 시행 중인 사업 가운데 '찾아가는 문화활동'이 있다. 1990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국립국악원·국립중앙박물관 등 산하 예술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해온 사업이다. 여기에 더해 2000년부터는 전통지역문화과에선 민간 예술단체와 계약을 맺고 공연·전시·예술강습·이동문고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는 76개 단체가 3천2백66회의 프로그램으로 4백만명의 관객을 찾아갔다. 공연 분야의 경우 각 시·도에서 문화소외 지역을 추천받아 전통예술·뮤지컬·클래식·인형극·마당놀이 등 프로그램별로 지방 순회공연을 한다. 1회 공연에 드는 비용은 2백만원 정도다.

이에 반해 문화관광부가 같은 취지로 지난 95년부터 연 9회 실시해오고 있는 '푸른 음악회'의 1회 제작비는 올해의 경우 6천만원(국고 4천만원·기업협찬 2천만원)이다. 오케스트라·대중가수·성악가·국악인 등이 함께 출연하는 옴니버스식 야외공연이다. 지난달 31일 서귀포 천지연 폭포 앞 가설무대에선 모던 팝스 오케스트라와 가수 주현미·설운도·문희옥, 테너 엄정행, 소프라노 김미자, 국악인 2명(살풀이·서도민요) 등이 출연했다.

문제는 '푸른 음악회'에서 2백만~3백만원 하던 대중가수들의 출연료가 5백만~6백만원으로 올라 전체 제작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데에 있다. 초창기에 4천만원 하던 제작비 지원이 6천만원으로 올랐지만 대중가수 개런티만 올려준 결과를 낳았다. 대중가수 1명의 출연료가 오케스트라 전체의 개런티보다 많다. 문화소외 지역을 위한 봉사라는 애초의 의도와는 달리 점점 돈벌이 수단으로 바뀌고 있다. 대중가수의 지명도로 관객을 끌어들인 다음 클래식·국악을 들려준다는 취지였으나 주객전도 현상을 낳은 것이다. "대중가수를 무대에 세워야 많은 관객이 온다"는 전통지역문화과의 '푸른음악회'담당자의 말은 옳다. 하지만 국가의 문화정책을 이끌어가는 문화부마저 대중취향의 이벤트 만들기에 열을 올린다면 곤란하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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