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최장타자 김대현, 퍼팅도 1등인 줄 몰랐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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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국내 남자 골프에서 제일 잘나가는 선수는 김대현(22·하이트)이다.

최장거리 드라이브샷을 앞세워 매 대회 최상위 성적을 내며 한국남자프로골프투어(KGT)의 최고 흥행 카드로 부상했다.

알려진 대로 김대현은 드라이브샷 평균 비거리 1위(293.6야드), 상금도 1위(3억7142만원), 조금 쑥스럽지만 승수도 공동 1위(1승)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역시 대포알 같은 장타다.

4일 끝난 CT&T·J골프 KPGA선수권대회 최종일. 한 갤러리는 “80야드 웨지 샷보다 300야드 드라이브샷을 더 똑바로 친다”며 김대현에게 감탄했다.

비거리가 길면 쇼트게임이나 퍼팅이 상대적으로 약한 게 통례. 하지만 김대현은 다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퍼팅도 국내 1위다.

5일 현재 김대현의 KGT 평균 퍼팅 수는 1.671로 2위 김도훈(21·넥슨·평균 퍼팅 수 1.695)에게 앞서 1위다.

CT&T·J골프 KPGA선수권대회 마지막 날 5타를 줄이면서 13위에서 3위로 경기를 마친 이유도 역시 퍼팅의 힘이 컸다. 그린을 적중시킨 13개 홀에서 무려 6개의 버디를 낚았다.

최상호 프로(55·통산 43승)는 “김대현 골프는 다른 선수에 비해 보는 재미가 두 배”라고 말한다. 위험한 장애물을 가로지르는 통쾌한 드라이브샷과 예리한 퍼팅이 밑바탕이 된 몰아치기 버디가 그것이다. 최 프로는 “김대현 골프는 지루할 새가 없다”고 극찬했다.

지난 시즌 30위(평균 퍼팅 수 1.812)였던 그가 갑자기 퍼팅을 잘하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김대현은 “지난겨울 훈련 때 스탠스 폭을 넓히고 셋업 시 키 높이를 15㎝가량 낮춘 게 주효하고 있다”고 말했다(사진 참조).

그 결과 짧은 퍼팅 때의 실수가 크게 줄었다는 설명이다. 자신이 스윙 모델로 삼고 있는 어니 엘스(남아공)의 퍼팅을 흉내낸 결과라고 한다. 자세를 낮춘 뒤로 스탠스가 견고해져 궂은 날씨에도 안정된 스트로크를 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자세를 낮출 때는 허리가 앞으로 구부러지지 않도록 하고 골반(엉덩이)을 뒤로 빼면서 낮춰야 바른 것이다. 김대현은 여기에 1.5m 쇠자 위에서 볼을 똑바로 굴리는 연습까지 병행했다고 한다.

“장타자는 쇼트게임이 약하다”는 골프의 통념을 김대현이 깨고 있다.

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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