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여전한 홍걸씨 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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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대중 대통령 3남 홍걸씨가 현금·수표 23억5천만원과 13억4천4백만원 상당의 주식 등 모두 36억9천4백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기소됐다. 지난달 구속 당시 영장에 기재된 범죄 사실 21억4천만원보다 15억5천만원이 늘어났다. 구속 당시에는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만 적용됐으나 기소 과정에서 조세범 처벌법 위반죄(2억2천여만원의 증여세 탈세)가 추가됐다.

공소장을 보면 우선 액수가 엄청나게 많다는 점에서 놀랍다. 동시에 대통령 아들이 각종 이권에 개입해 왔다니 허탈하고 분노가 치민다. 200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주식을 제외하더라도 현금과 수표만 매달 1억원 이상씩 챙긴 셈이니 유학생 신분으로 무엇 때문에 정기적으로 거액을 받아 썼는지 궁금하다.

홍걸씨 비리 수사 결과는 미진한 부분이 많다. 현금·수표로 받은 23억5천만원 중 7억여원은 전혀 출처가 드러나지 않았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닌데도 이를 밝히지 못한 것은 의문이다. 또 고층 아파트 건립 승인, 조폐공사와의 합작 사업 알선 명목으로 건설업체에서 받은 5억원 중 2억원만 대가성을 인정해 기소한 것도 기준이 석연치 않다.

이 사건은 홍걸씨와 주변 인물들이 각종 이권에 개입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금품을 받았다는 게 본질이다. 그러나 검찰 수사의 초점이 개인 금품수수에 맞춰져 홍걸씨와 최규선·김희완씨 등의 신병처리에만 비중을 두는 바람에 외압 행사 여부와 로비·비호 세력 등은 거의 밝혀지지 않았으니 문제다. 외형에 치우쳐 의혹의 본질을 외면했다는 점에서 검찰의 수사 의지가 의심되는 부분이다.

홍걸씨 구속기소는 수사 마무리가 아니라 새로운 수사의 시작이어야 한다.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의혹에 검찰 수사가 집중돼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과정의 의혹과 포스코 측의 타이거풀스 주식 고가 매입 의혹은 반드시 진상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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