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제2부 薔薇戰爭제4장 捲土重來:용의 눈동자를 그려 넣어야 하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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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김양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10년 전에 예측하였던 일들이 지금 그대로 맞아 떨어지고 있나이다. 나으리께오서 원수를 갚고 천하를 얻으려 하신다면 장보고대사를 제쳐놓고는 함께 도모할 인물이 하늘 아래 없으니 장대사야말로 용이 아니라 무엇이겠나이까."

그제서야 김우징은 김양이 말하는 용이 누구를 가리키고 있는지 알게 되었음이었다.

"하온데 나으리."

김양이 의미심장한 얼굴로 바짝 다가와 앉으며 말하였다.

"이 용이 다만 그림 속의 용, 즉 화룡(畵龍)으로만 그려져 있을 뿐이라면 과연 구름을 타고 승천할 수 있겠나이까."

"아니겠지."

김우징은 머리를 흔들었다.

"그러하오면 그림 속의 용이 살아 움직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나이까."

"용의 눈에 눈동자를 그려 넣어야 하겠지."

김우징은 대답하였다.

화룡점정(畵龍點睛).

문자 그대로 '그림 속 용의 눈에 눈동자를 그려 넣는다'는 뜻으로 그림을 최종 완성한다는 말인 것이다. 이 말의 유래는 남북조시대 때 양나라의 유명한 장승요라는 화가로부터 비롯된 말인데, 어느 날 장승요는 남경에 있는 안락사(安寺)의 주지로부터 벽면에 용을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구름을 헤치고 날아오르는 듯한 두 마리의 용을 그려냈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그 생동감 넘치는 그림에 감탄하고 있었는데,한가지 이상한 점은 용의 눈에 눈동자를 그려 넣지 않은 사실이었다. 사람들이 그 이유를 묻자 장승요는 대답하였다.

"눈동자를 그려 넣으면 용은 날아가 버릴 것이오."

그러나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고 꼭 눈동자를 그려 넣어 달라고 재촉을 하자 장승요는 할 수 없이 눈동자를 그려 넣기로 하였다. 그가 붓을 들어 용의 빈 눈에 점을 찍자 갑자기 벽 속에서 뇌성벽력이 치더니 방금 눈을 그린 용이 튀어나와 비늘을 번쩍이며 구름을 타고 승천했다. 그러나 한마리의 용이 날아간 자리에는 하얗게 비어있고, 눈동자를 그려 넣지 않은 용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이 일에서부터 유래되어 '화룡점정'이라 하면 용을 그리는데 눈동자를 마지막으로 그려 넣어 그것을 완성시키듯이 어떤 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최후에 마름질하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 되었던 것이었다.

"하오면 나으리."

김양이 재차 물어 말하였다.

"장보고대사의 눈에 어떻게 눈동자를 그려 넣을 것이나이까."

김우징은 묵묵부답이었다. 김양은 이어 말을 하였다.

"장보고대사의 눈에 눈동자를 그려 넣어 점안을 하지 않는다면 그는 다만 그림 속의 용일 것이나이다. 임금과 애비의 원수를 갚고 천하를 얻으려면 반드시 장보고대사의 눈에 눈동자를 그려 넣어야만 할 것이나이다."

김우징은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깊은 침묵 끝에 김양이 말을 이었다.

"신에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이 무엇인가."

"그 방법은 오직 나으리의 손끝에 달려있을 뿐이나이다."

"내 손끝에 달려있다고."

의아한 눈빛으로 김우징이 물어 말하였다.

"어째서 내 손끝에 달려있단 말인가."

그러자 김양은 대답하였다.

"왜냐하면 용을 그린 것은 나으리이기 때문이나이다. 그렇나이다. 종이 위에 용을 그린 화가는 바로 나으리이나이다. 따라서 용의 눈에 눈동자를 그린 후 이 용이 살아 움직이는가 아닌가는 전적으로 나으리의 손끝에 달려있는 것이나이다."

"그럼 그 방법이 무엇인가. 내게 말씀하여 보시게나."

김양은 주위를 돌아보았다.말을 엿들을만한 사람이 주위에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김양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하였다.

"나으리 귀를 잠깐 빌려주시겠습니까."

김우징이 이를 허락하자 김양이 바짝 다가앉아 김우징의 귓가에 속삭여 말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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