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머런, 각 부처 예산 최대 40% 삭감 지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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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정부가 각 부처에 내년 예산을 최대 40% 삭감하라는 예산안 편성 지침을 내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3일 보도했다. 그리스와 같은 경제위기를 피하기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11%에 달하는 재정 적자를 대폭 줄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폭인 40%를 삭감할 경우 대규모 공무원 감원과 공공 서비스 축소가 불가피해 노조 등은 반발하고 있다.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은 지난달 29일 각료회의에서 “모든 부처가 평균 25%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며 예산안 편성 지침을 밝혔다. 오스본은 내무부와 노동·연금부, 교통부 등 대부분의 부처에 예산을 25% 삭감했을 때와 40% 줄였을 때의 예산안을 모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교육부와 국방부는 예산을 10% 줄였을 때와 20% 삭감했을 때의 예산안을 편성하라고 지시했다. 가디언이 “눈물 날 정도”라고 표현한 긴축편성 지침에서 예외를 인정받은 부처는 이미 의회로부터 예산 용도가 지정된 보건부와 해외원조를 담당하는 국제개발부 둘뿐이다. 긴축 예산안은 이달 말까지 재무부에 제출돼야 한다.

재무부는 이와 함께 모든 부처에 공무원 봉급을 제외한 행정비용을 최저 33%에서 최고 50%까지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영국 총무처는 오랫동안 변함이 없는 공무원 보수체계 개정 입법도 추진하고 있다. 현 보수체계에선 퇴직 때 봉급의 여섯 배나 되는 돈을 받는 경우도 있어 전임 노동당 정권도 이를 손보려 했으나 법원이 공무원 노조 측의 손을 들어주는 바람에 실패했다.

예산실은 긴축 정책이 시행되면 공공부문에서 60만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내무부의 경우 예산을 25% 줄일 경우 경찰 수를 약 2만 명 줄여야 한다. 영국 정부는 700여 개 학교의 재건축 사업을 중단함으로써 매년 10억 파운드를 절약한다는 계획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30만 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영국 공무원노조는 강력 반발했다. 공무원 노조는 예산을 40% 줄일 경우 공공부문에서 1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긴축 예산안이 강행될 경우 총파업으로 맞선다는 방침이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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