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수월성 교육'이 성공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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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우리나라 교육은 오락가락하는 대입 제도, 공교육의 황폐화, 사교육의 팽창, 획일적 평준화 체제, 이공계 기피 현상, 교육 이민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평준화 제도는 상위와 하위그룹 학생들의 학력을 높이는 데 어려움이 있음에도 30년 동안 시행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제7차 교육과정을 통해 평준화 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제7차 교육과정은 수준별 교육과 단계별 교육을 강조하지만 정작 교육 현장에서 실시하는 데는 갖가지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세계의 선진국들이 그렇듯이 우리나라도 우수한 인재 양성이 절실했다. 이에 따라 1998년 대학에서 과학 영재교육이 실시됐고, 2002년에는 부산과학영재고가 설립됐다. 2004년 현재 대학, 시.도 교육청 산하의 영재교육원과 영재학급 등이 비록 전체 학생의 0.3%에 불과하지만 다양한 형태의 영재교육을 하고 있다. 그러나 수월성 교육을 필요로 하는 학생의 수요는 여전히 많다. 따라서 앞으로도 계속 영재교육의 양적 팽창은 물론 질적 향상이 요구된다. 최근에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시행한 학업성취도 국제비교(PISA)를 보면 평균 성적은 다른 나라에 비해 아주 우수하나 상위 학생들의 평균 성적은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평준화 제도를 보완하고 상위 학생들의 탁월한 능력을 개발, 신장시키기 위해 '수월성 교육 종합 대책'을 발표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대책에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소홀히 다뤄온 소외계층의 영재 발굴, 수준별 이동 수업, 집중이수 과정, 심화학습이수인정(AP) 제도, 조기 진급 및 졸업 제도 등이 담겨 있다. 이러한 수월성 교육이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다음 여섯 가지가 충족돼야 한다.

첫째는 영재교육과 수월성 교육을 시킬 수 있는 전문화한 교사가 연수 등을 통해 많이 육성돼야 한다. 비록 학습 현장에서 적절치 못한 교육 프로그램이 이용될지라도 교사들의 역량이 뛰어나면 수월성 교육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둘째는 수월성 교육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이 잘 선발돼야 하고, 이들에게 필요한 적절한 교육 프로그램이 개발.제공돼야 한다.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은 수월성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다른 학생들에게도 제공된다면 평준화 교육의 전체 수준이 향상될 수 있다.

셋째는 수월성 교육은 수학과 과학뿐 아니라 전 교과 영역으로 확대돼야 한다. 우리 사회는 다양한 영역에서 탁월한 능력을 지닌 인재들이 유기체적으로 연결돼 활동해야 발전하게 된다.

넷째는 수월성 교육의 혜택을 받는 학생들은 조기 진급.졸업을 하게 되는데 이들이 적절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대학 입학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또 대학도 이들이 계속 수월성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마련해야 한다.

다섯째는 수준별 이동 수업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현장 연구를 통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교육 여건이 만들어지면 실시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어떻게 그러한 교육 여건을 만들어 갈 것인지에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

여섯째는 상위 학생뿐 아니라 하위 학생들에 대한 교육 정책도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 하위 학생들의 학력 신장은 우리 사회에서 그들의 능력의 폭을 넓혀 주고, 상위 학생들의 능력도 더 깊게 해 준다.

교육부가 내놓은 정책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국민이 신뢰를 갖고 오랜 기간 인내하며 보완.정착시켜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교육 시스템이 안정을 찾고 우리의 자녀가 양질의 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최승언 서울대 사대 교수·과학영재센터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