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F조' 평가전 통해 본 전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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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2002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의 최대 관심은 '죽음의 F조'다. 아르헨티나·잉글랜드·스웨덴·나이지리아 등 어느 한팀도 만만하지 않은 이들이 펼치는 모든 경기가 빅게임이다. 이들이 결전을 앞두고 서서히 전력을 드러내고 있다.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는 J리그 팀들과 연습경기를 가졌고,잉글랜드와 스웨덴은 각각 카메룬,일본과 평가전을 치렀다. 현장에서 모두 지켜본 결과 간접적이나마 네 팀의 전력을 비교할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공격력 뛰어나

지난해 J리그 챔프 가시마 앤틀러스를 5-1로 대파하며 강력한 우승후보 다운 위용을 보여줬다. 특히 가브리엘 바티스투타는 후반에만 네 골을 폭발시켜 '바티골'의 명성이 녹슬지 않았음을 과시했다. 그렇지만 나이지리아와의 첫 경기 선발 원톱은 에르난 크레스포에게 돌아갈 것 같다. 크레스포는 컨디션이 최상은 아니지만 비엘사 감독의 신임을 받고 있다.

플레이메이커 후안 베론은 송곳같은 패스와 절묘한 볼컨트롤을 보여 본선에서의 활약을 예고했다. 단지 킬리 곤살레스-후안 소린으로 이어지는 왼쪽 공격라인에 비해 아리엘 오르테가-하비에르 사네티가 나선 오른쪽의 날카로움이 다소 떨어지는 느낌이었다.부상 선수도 거의 없어 예선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잉글랜드-젊고 빨라졌다

카메룬과의 친선 경기에서 후반 인저리타임에 동점골을 성공,가까스로 자존심을 지켰다. 매번 선취골을 뺏기는 등 밀리는 경기를 했지만 끝까지 따라붙는 저력이 돋보였다. 이미 '킥 앤드 러시'라는 단순한 틀을 탈피한 잉글랜드는 더 빨라졌고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 특히 마이클 오언을 비롯해 폴 스콜스·조 콜·오언 하그리브스 등 젊은 선수들은 짧고 빠른 패스와 공간을 파고드는 민첩함을 과시했다.

예선 통과의 관건은 주장 데이비드 베컴의 복귀 여부다. 다쳤던 왼발로 킥을 하는 등 빠르게 회복하고 있고, 에릭손 감독도 "스웨덴과의 첫 경기부터 출장 가능하다"고 말은 한다. 그러나 격렬한 본선 경기에서 그가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스웨덴-수비력 으뜸

일본과 1-1로 비겼다. 자책골로 실점은 했지만 탄탄한 수비가 돋보였다. 월등한 힘과 높이를 바탕으로 일본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왼쪽 미드필더 프레드리크 융베리가 눈에 띄었다. 오노 신지의 공격을 완벽하게 저지했고, 폭넓게 움직이며 공격의 물꼬를 텄다. 반면 골잡이 헨리크 라르손은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모습이었다. 34년간 진 적이 없는 잉글랜드와의 첫 경기를 이기기나 비기면 16강 희망이 커질 것이다.

▶나이지리아-화려함과 허술함

J리그 명문 요코하마 매리너스와 2-2로 비겼다. 화려한 공격력에 비해 수비진의 컴비네이션이 떨어져 쉽게 실점했다. 팀의 정신적인 지주인 누앙쿼 카누가 미드필드에서 공수를 조율했다. 줄리어스 아가호와는 현란한 드리블 돌파로 볼거리를 제공했다.

그러나 오거스틴 오코차가 부상에서 회복해 플레이메이커 자리를 차지하고, 카누가 본업인 골잡이로 복귀해야 '슈퍼 이글스'의 본 모습이 나올 것이다.

돌풍의 잠재력은 있지만 전력상 2라운드 진출 가능성은 가장 떨어진다.

요코하마=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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