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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빠진 여인 '하이 크라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3면

위기에 처한 미모의 여인이 구출당하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관객의 입장에서는 짜릿한 즐거움이다. 더군다나 그 여인이 한없이 가녀리고 약해, 힘세고 머리 좋은 남성의 도움만을 기다리는 신세가 아니라 자신의 두뇌와 용기를 이용해 난관을 해결한다면 그 통쾌함이란 두배 세배가 된다. 데미 무어나 조디 포스터는 이런 점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던 여배우들이다.

'하이 크라임'은 누명을 쓰고 군법 재판에서 사형을 언도받을 처지에 빠진 남편을 구하려 동분서주하는 변호사 클레어 쿠빅(애슐리 주드)이 거미줄 같이 얽힌 음모를 피해 진실을 밝혀내는 스릴러물이다. 그녀의 조력자이자 구세주는 알콜 중독의 과거를 지닌 늙은 변호사 찰리(모건 프리먼)다.

이쯤 되면 주드와 프리먼이 연쇄살인범의 그물망에 얽혀든 미모의 여의사와 그녀를 구출하는 심리학자로 분한 '키스 더 걸'(1997년)이 떠오를 법하다. '하이 크라임'은 '키스 더 걸'의 속편 격이라고 소문이 나돌 만큼 설정이 비슷하다.

아기 갖기를 고대하며 평화롭게 살던 클레어 부부는 어느 날 밤 남편 톰(짐 카비젤)이 FBI에게 끌려가면서 파란에 휘말리게 된다. 클레어는 남편이 과거 비밀 작전에 투입돼 엘살바도르에서 민간인을 학살한 혐의로 수배 중이었다는 믿지 못할 사실을 전해듣는다. 톰은 무죄임을 주장하고 클레어는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변호에 나선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이 믿고 있던 진실이 실은 진실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하이 크라임'은 배우들의 연기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종류의 스릴러다. '키스 더 걸' 때보다 눈가의 주름이 살짝 비치긴 하지만 주드는 여전히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빨간 드레스를 입고 남편이 연루된 음모의 배후 조종자인 막스 준장에게 접근하거나 고급 수트를 차려입고 벤츠를 몰고 다니는 그녀의 당당함은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변호사라는 상반된 두 입장을 무리없이 소화해낸다. 감독 칼 프랭클린. 3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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