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에서 주목받는 英 '좌파 감독' 켄 로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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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4일 국내에서 개봉하는 '빵과 장미'를 비롯해 '랜드 앤드 프리덤''칼라 송''내 이름은 조'등 사회성 짙은 리얼리즘 영화로 잘 알려진 영국 감독 켄 로치(66).

한없이 가벼움을 추구하며 쾌속 질주하는 이 시대에 어쩌면 낡은 듯 보이는 진중한 화술을 30년 넘게 고수해온 그에게 칸·베를린·베니스 등 세계 3대 영화제는 한결같은 찬사를 보내왔다.

제 55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스위트 식스틴'을 출품한 그를 21일(현지 시간) 만났다. 그는 "인간은 그가 처한 사회적·경제적 맥락에서 파악하지 않는다면 결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며 "많은 영화가 현실과 동떨어진 삶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스위트 식스틴'은 불우한 환경에 처한 열여섯살 소년이 정상적인 가정을 갖기 위해 애써보지만 결국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마약 거래에 손을 대 비극적 최후를 맞게 된다는 전혀 달콤하지(스위트) 않은 내용이다. '내 이름은 조'(1998년)에 이어 그가 '스코틀랜드 3부작'이라고 이름붙인 시리즈의 두번째 영화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지역 빈민층 문제를 건드리며 이런 사회 병폐는 정부의 무지와 무관심 탓이라고 질타한다.

독립적인 제작 방식과 '좌파 영화'를 선호하는 그는 칸영화제에 대해 "마케팅에 돈을 쓸 여유가 없는 나를 늘 도와주는 고마운 기회"라고 표현했다.

칸=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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