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 보고서 도대체 뭐기에… 단어 하나따라 證市 냉탕 온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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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애널리스트의 종목 분석 보고서가 대체 뭐기에…."

삼성전자의 목표가격과 투자의견을 대폭 낮춘 UBS워버그증권의 보고서가 지난 10일 한국 증시를 뒤흔들자 많은 투자자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보고서 하나로 이날 삼성전자는 8% 가까이 곤두박질했고 종합지수도 20포인트 이상 추락했기 때문이다.

<관계기사 39면>

이를 계기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보고서 작성·유통 경로와 증시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어떻게 만드나=13일 현재 상장·등록기업 수는 모두 1천4백54개사.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이 많은 종목을 모두 담당할 수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따라서 증권사들은 분석 대상 종목(일명 유니버스)을 선정한다.

시가총액이 많은 기업과 업종 대표주,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종목 등이 주로 여기에 포함된다.일단 유니버스에 편입되면 애널리스트들이 담당 기업을 수시로 방문해 조사한다. 국내외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를 팀장과 리서치 센터장의 검토를 거친 뒤에야 기관투자가·일반투자자들에게 배포할 수 있다.

<표 참조>

◇어떤 영향력을 미치나=애널리스트도 주가를 족집게처럼 예측할 수는 없다.다만 기업의 펀더멘털(기초 실적)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주로 기관투자가들에게 제공한다. 애널리스트가 만든 보고서를 참고해 해당 종목을 사고 파는 일은 펀드매니저의 몫이다.

애널리스트의 분석 보고서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처럼 주가가 급등할 때는 비교적 적중률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지난해 초부터 10월 이전까지는 번번이 빗나갔다. 투자심리가 얼어붙는 바람에 애널리스트가 아무리 주식을 사라고 권유해도 투자자들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결국 투자자들이 애널리스트를 얼마나 신뢰하느냐에 따라 비슷한 내용의 보고서라도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큰 차이가 나는 셈이다. 프랭클린 템플턴 투신운용 전용배 이사는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하자마자 주가가 폭락한 것은 그만큼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 UBS워버그의 애널리스트에 대한 신뢰가 높은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또 애널리스트의 발언 수위를 주가 바닥 또는 고점으로 해석하는 펀드매니저도 많다. KTB네트워크 장인환 사장은 "삼성전자와 같은 특정 종목에 대한 애널리스트의 매수 의견이 빗발치고,목표 주가를 번번이 상향조정할 때는 대부분 주가가 고점에 도달한 시점"이었다며 "노련한 펀드매니저는 이럴 때 주식을 처분하곤 한다"고 말했다. 한편 펀드매니저들은 애널리스트의 분석 보고서가 뒷북을 치는 일이 많다고 지적한다.

메리츠투자자문 박종규 사장은 "애널리스트는 사실을 확인해야만 보고서를 작성한다"며 "그러나 주식은 항상 경제현상보다 6개월 가량 선행하기 때문에 보고서는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정보 차별이 문제=종목 보고서가 기관투자가와 큰손 등 덩치 큰 고객에게만 먼저 제공되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특정 증권사가 이를 사전에 유출했다고 하더라도 이 증권사를 이용하지 않는 고객은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증권사는 고객을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보고서를 만든다는 것이다. 또 애널리스트들은 주문을 많이 받아내기 위해 보고서를 다 만들기도 전에 펀드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어 보고서 내용을 귀띔해 주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거래 고객에게는 투자정보를 동시에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덩치 큰 고객에게만 먼저 제공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이희성·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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