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위세에 눌린 삼성전자株 당분간 약세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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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주가가 10만~20만원대일 때 이 회사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가 30만원이 넘어서자 내다 팔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후 주가가 40만원을 돌파하자 8천억여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가격이 많이 오르면 팔아 차익을 챙기고 포트폴리오를 다시 짰던 것이다. 이는 최근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무엇보다 이익을 실현하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잘 말해 주는 것이다.

◇얼마에 사서 얼마에 팔았나=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가가 10만원대이던 지난해 10월 4일부터 11월 9일까지 8천5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후 20만원선 진입 초반이던 지난해 11월 중순께 한때 삼성전자를 순매도했으나 이후 20만원 안착이 확인되자 순매수로 전환됐다. 이때부터 지난해 말까지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2천4백66억원어치 사들였다.

<그래프 참조>

그러나 삼성전자가 30만원선을 뛰어넘은 올해 초부터 외국인은 매도에 치중하기 시작했다. 30만~35만원대에는 무려 1조5천7백3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그리고 36만~40만원 대에는 8천8백32억원 어치를 내다 팔았다. 지난달 17일 외국인의 순매수에 힘입어 삼성전자가 40만원선을 넘어선 뒤 얼마 못 가 외국인은 순매도로 돌아섰다.

삼성전자 주가가 30만원 선을 넘어서자 외국인이 가격에 부담을 갖게 됐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어떻게 봐야 하나=메릴린치증권 이원기 상무는 "2분기 휴대전화와 D램 가격을 극히 보수적으로 봐도 올해 삼성전자 순이익은 7조원 선을 넘을 것 같다"며 "올해 삼성전자의 이같은 예상실적을 감안한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8배 수준에 불과(시장평균 PER 12배)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지금보다는 높아야 한다는 의미다.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의 기초 체력(펀더멘털)을 높게 평가하는 편이다.

그러나 이들은 외국인의 지속적인 매도 탓에 당분간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투자증권 구희진 애널리스트는 "최근 삼성전자 주가 하락폭은 장기 실적 추세를 감안할 때 너무 지나친 면이 있다"며 "그러나 10만원대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인 외국인은 이미 이익을 충분히 챙긴 만큼 계속해 삼성전자를 매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또 대우증권 전병서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 처리 문제는 1~2개월 중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D램 가격도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은 올해 삼성전자의 순이익을 8조원으로 보고 목표주가 62만원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나 한화증권은 11일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시장수익률 상회'로 한 단계 낮췄다.

한화증권 이성재 애널리스트는 "최근 현물시장의 D램 가격 약세로 대형 PC업체의 고정거래가격 역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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