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선수 제한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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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첫번째로 맞붙는 폴란드의 경계대상 1호는 단연 에마누엘 올리사데베다. 올리사데베는 유럽 예선에서 8골을 터뜨려 폴란드가 본선에 진출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 그러나 그는 나이지리아 출신의 흑인이다. 폴란드 축구협회의 요청에 따라 국적을 나이지리아에서 폴란드로 바꿨다. 폴란드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디에고 페르난도 클리모비치도 귀화시킬 계획이다.

자존심 강한 독일도 얼마전 가나 출신의 공격수 아사모아를 귀화시켰다. 공동 개최국인 일본도 지난해 브라질 출신의 귀화 선수 산토스를 대표팀에 수혈하면서 공격에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도 지난해 골 결정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선수의 귀화를 추진했다. 성남 일화의 샤샤와 수원 삼성의 산드로 등이 물망에 올랐으나 막판에 히딩크 감독의 거부로 무산됐다. 이처럼 각국은 월드컵에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국경과 인종의 울타리를 넘어 훌륭한 선수들을 영입하고 있다.

그렇다면 스페인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레알마드리드)이 스페인 국적을 취득해 스페인 팀으로 가거나, 한국의 황선홍(가시와 레이솔)이 일본 선수 자격을 얻어 월드컵 무대를 나설 수도 있을까.

그럴 리도 없겠지만 이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1988년 '16세 이상의 국가대표팀에 포함됐던 선수는 다른 나라 대표팀에서 뛸 수 없다'는 규정을 마련했다.

아프리카나 중남미의 우수 선수들이 부자 나라에 대거 팔려(?)감으로써 월드컵 성적이 돈으로 좌우되는 불행한 사태를 막기 위한 예방조치였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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