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 낮추면 취업걱정 없어요" KBS '현장르포 제3지대'… 발로 뛰는 청년들 소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을 못해 청년 실업자가 된 사람이 전국에 40만여명. 대한민국 청년 네명 중 한 명이 실업자인 셈이다. 이런 각박한 현실 속에서 청년들은 더이상 대기업과 반듯한 직장만을 쳐다보지 않는다. 눈높이를 낮추고 생활 현장에 뛰어들며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16일 방송되는 KBS '현장르포 제3지대-2002 청년실업, 맨발로 뛴다'(밤 12시)는 청년 실업자들이 실업의 장벽을 넘기 위해 온몸으로 뛰는 현장을 담았다. 기업체의 안락한 사무실을 포기하고 시장통과 주방, 심지어 화장실까지 자신의 일터로 택하면서 이 청년들이 발견한 것은 오히려 더 넒은 시장성과 직업의 비전이다.

창업 전선에 뛰어든 첫 주인공은 군복에 군용 헬멧까지 쓰고 태극기를 휘날리며 동네를 누비는 중국집 '짱병장'의 배달맨들(사진)이다. 스물다섯 동갑내기로 대학을 졸업했거나 휴학 중인 이들 두명은 서울 쌍문동의 중국집을 얻어 유니폼부터 메뉴, 배달 방법까지 전부 군대식 마케팅을 도입했다.

다음은 대학에서 전산학을 전공한 이동기(24)씨. 이씨는 화장실 전문 청소업을 한달전 시작, 시내 온갖 종류의 화장실을 돌아다니며 창업 훈련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를 힘들게 하는 것은 사회적 편견. 화장실 청소에 대한 사람들의 멸시하는 듯한 시선 때문에 하루에도 몇번씩 마음에 상처를 입지만 화장실 문화와 더불어 사람들의 의식 또한 곧 변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그들의 선택이 옳았는지는 아직 단정지을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이 낡은 사회구조에 얽매여 전전하는 대신 능동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개척해가는 모습은 고학력 실업자들에게는 새로운 희망의 모습으로 다가올 게다.

연규완 PD는 "청년 실업자들의 적극적인 도전이 많은 사람에게 희망의 메시지로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