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싱거운 경선드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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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첫 경선인 13일 인천대회가 싱겁게 끝났다. 이회창(會昌)후보가 무려 79.3%란 득표율을 기록, 2위를 한 이부영(富榮)후보를 65%포인트 이상 앞섰다. 후보 주변에서조차 "너무 많이 나왔다. 앞으로 흥행이 걱정"이란 말이 나왔다. 이부영·최병렬(崔秉烈)후보는 즉각 "불공정 경선"이라고 반발했다.

◇당내 이회창 대세론 확인=경선 전엔 이부영·최병렬 후보측 운동원들의 구호가 경선장을 에워쌌다. 이회창 후보측은 조용했다. 그러나 정작 경선장 안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이부영 후보의 연설 때는 '이부영' 연호 속에 '이회창'이 섞여 나왔고, 崔후보는 "이회창 후보에게 보낸 박수만큼 줘야 공정 경선"이란 말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회창 후보는 "극단적·인기영합적이고, 불안하고 미숙한 민주당의 리더십 대신 안정되고 합리적인 한나라당의 리더십을 보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부영 후보는 "변화와 개혁의 이부영이 정권교체를 이루겠다",崔후보는 "노풍(風·노무현 지지 바람)을 한칼에 끝내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상희 후보는 "내가 얻는 표가 한나라당 수준"이라고 말했다.

◇반발한 다른 후보들=이부영·최병렬 후보는 연이틀 불공정 경선 문제를 제기했다. 崔후보는 14일 "조직 동원력에 따른 경선이라면 할 필요가 있겠느냐.득표율 80%를 보고 어느 언론인이 북한 노동당 선거 같다더라"며 박관용(朴寬用)총재권한대행에게 공정 경선을 요구했다.

이부영 후보는 "인천 선거인단 중 45세 미만이 38.2%인데 실제 유권자는 67.6%라니 경로(敬老)당 아니냐"고 한 뒤 경선 불참까지 시사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이상득(相得)총장은 "국민선거인단을 무작위 추출해 뽑다 보니 맞지 않았을 것"이라며 난처해했다. 불공정 논란의 불똥은 김대중 대통령의 세 아들에 대한 19일 장외집회로도 튀었다. 이부영 후보는 "주류측 당원과 위원장 줄 세우기"라며 즉각 중단을 요구하고 불참 의사를 밝혔다. 崔후보도 "경선 일정과 관련해 참여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상득 총장은 "각 후보 진영이 '좋다'고 해 잡은 일정"이라고 반박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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