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여름철 따뜻할수록 건강해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헬스코치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독감보다 무서운 여름병 냉방병

독감보다 더 무서운 여름병이 있다. 바로 냉방병이다.
30세 직장 여성인 현씨는 2주일 전부터 시작된 미열과 기침, 두통과 소화불량, 온몸이 쑤시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워낙 건강체질인 그녀는 감기에 걸려도 감기약 한번 먹는 일 없이 곧잘 낫곤 했던 터라 아무래도 독감에 걸린 것 같다고 걱정하였다.

몇 번 구토를 하기도 했다며 영문을 모르겠다고 하였다. 과연 오씨가 호소한 증상은 무엇일까. 아이러니컬하게도 치료를 통해서 역으로 확인된 질환은 냉방병이었다.

스스로 병을 부르는 현대인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49.8%가 냉방병으로 고생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남성이 39.2%인데 비해 여성의 비율이 59.6%로 훨씬 더 높게 나왔다.

냉방병은 신체가 여름철 기온에 적응한 상태에서 냉방이 가동되는 상황에 직면할 때 나타난다. 고온과 저온환경이 교대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몸의 자율신경계변조현상이다. 두통, 식욕부진, 코막힘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에 위장장애, 현기증이 동반되며 드물지 않게 관절통, 월경통 등의 증상까지 동반된다.

냉방병은 현대인이 자초한 일종의 ‘문명병’이다. 현대문명은 갈수록 사람들을 나약하게 만들고 있다. 이전에는 사람이 스스로 알아서 적응하고 해결하던 일들을 지금은 기계들이 다 대신해주고 있기 때문. 에스컬레이터, 자동차, 인터넷, 에어컨, 이들은 모두 사람들이 노력하지 않고도 환경을 사람에게 맞춰주는 기계들이다. 그러다보니 환경을 지배하고 환경에 맞춰 내 몸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해가고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따라서 내가 현씨에게 내린 처방은 자연으로 돌아가기였다.

여름철 오히려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하루 집에서 쉬면서 에어컨 없이 지내기.
하루 물 2리터 이상 먹기.
사무실 출근해서는 2시간마다 한번씩 바깥바람 쐬기.
하루 한번은 옥상에 있는 정원에 올라가서 코호흡하기.
아무리 덥더라도 자기 앞에 있는 사무실 유리창 2시간에 한번씩은 열기.

병원에서 수액주사를 맞고 간 후, 현씨는 이 처방을 충실히 따랐고 나흘 후 깜쪽같이 회복되었다. 보통 사무실 에어컨 목표 온도가 몇도에 맞추어져 있냐고 물었더니 놀랍게도 20도라고 하였다. 그래서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과 협의하여 실내온도를 25도 정도로 유지하라고 조언하였다. 우리가 1도 실내온도를 높일수록 지구의 온난화도 1도 낮아진다고. 지구와 내 몸을 살리는 길은 항상 일치한다.

냉방병을 방지하는 ‘9988’생활법

1. 에어콘 가동 중에는 긴 옷이나 스타킹을 착용해 보온에 유의한다. 몸에 한기를 느낄 때에는 긴 소매 셔츠나 가디건을 준비해두었다가 걸친다.
2. 실내외 온도차를 5℃이상 나게 실내 온도를 낮추지 않고, 평균 실내온도를 25℃정도로 유지하도록 한다.
3. 2시간에 5분씩은 창문을 열거나 환기를 시킨다.
4. 에어컨으로부터 나오는 찬 공기를 직접 접촉하지 않으며 냉방 실내에서 장시간 근무를 할 경우에는 몸을 자주 움직인다.
5. 아무리 덥더라도 평소의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휴식, 수면을 유지한다.
6. 여름철은 탈수가 많다. 탈수는 냉방병의 가장 좋은 조건이다. 평소보다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라. 나는 하루 3리터 정도를 권장한다. 여름철에 긴 야외활동이나 운동을 하게 되면 수분섭취량을 더 올려야 한다.
7. 몸이 차갑다고 느끼면 미지근한 물이나 따뜻한 차가 도움이 된다.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칼럼 더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