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의료관광객 유치 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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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두바이 정부가 삼성의료원으로 자국 환자를 보내기로 했다. 16일 삼성 이종철 원장과 두바이 알무르쉬드 보건부 장관, 삼성의 두바이 협력업체의 알마다니 CEO(왼쪽부터)가 양해각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삼성의료원 제공]

지난해 7월 국내 한 대학병원에서 전립샘암 로봇수술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대부호(74)는 1억원이 넘는 진료비를 쓰고 갔다. 지난해 초 이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한 후 암을 발견했고 7월 부인 두 명을 대동하고 들어와 본인은 수술을 하고 부인들은 건강검진을 받았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의료관광객이 늘고 있지만 중동 환자는 미미한 편이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동 환자는 614명으로 전체의 1.4%에 지나지 않는다. 환자가 많지는 않지만 사우디 부호처럼 거액을 쓰는 사람이 꽤 많다. 현지 의료 사정이 좋지 않아 시장 개척 가능성이 큰 지역이다.

중동 환자를 한국으로 더 많이 끌어들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두바이 정부가 자국 환자의 진료를 맡길 협력병원으로 삼성의료원을 선정한 것이다. 두바이 보건성 알무르쉬드 장관과 삼성의료원 이종철 원장은 16일 서울 일원동 삼성병원에서 이 같은 내용의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국내 병원이 특정 정부의 진료 협약기관으로 선정된 것은 처음이다. 두바이는 의료시설이 여의치 않아 국내에서 치료하기 힘든 환자를 외국으로 보낸다. 진료비뿐만 아니라 항공료·숙박비 등의 비용 일체를 지원한다. 주로 암 등 중증환자들이 대상이다. 지금까지는 유럽이나 싱가포르, 태국 등지의 병원을 이용해왔다.

양측은 또 삼성의료원 의료진이 두바이 정부 산하 병원 세 곳에서 진료를 하고 의사 연수와 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삼성병원의 병원정보전산화시스템(HIS)과 전자차트(EMR) 프로그램을 두바이 병원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종철 원장은 “두바이를 시작으로 아랍권 환자들의 한국 행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알 무르쉬드 장관과 일문일답.

-왜 삼성을 택했나.

“여러 차례 실사한 결과 삼성의료원의 의료시스템과 질, 인프라와 서비스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고 판단했다.”(두바이 정부는 세 차례에 걸쳐 15명이 방문해 암센터와 심혈관센터, VIP병동 등을 실사했다.)

-한국 의료 수준을 평가하면.

“전문성이 뛰어나고 수준이 높다고 본다. 한국 의대에서 엄격하게 교육이나 실습이 이뤄지는 점이 맘에 든다. 의료기술도 우수하다.”

-보완할 점이 있다면.

“두바이는 세계 여러 나라와 무역을 하다 보니 빠르고 정확한 일 처리 능력을 가지고 있고 (상대방도 그러길) 원한다. 하지만 그 부분에 있어서 한국은 대기시간이 길고 느린 편이다.”

신성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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