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67년이전 땅 회복… 아랍선 이스라엘 평화보장" 새 '중동평화案'관심 끌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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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7개월 동안 1천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 중동 분쟁이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사우디 아라비아의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왕세자가 제안한 중동평화안이 유력한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재안의 뼈대는 이스라엘군이 서안과 가자지구 등 1967년 3차 중동전쟁 때 점령한 곳에서 철수하고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승인하면 아랍연맹의 22개 회원국이 이스라엘과 수교해 이스라엘의 평화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압둘라 왕세자의 제안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이번 주말 미국을 방문하는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논의키로 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분쟁 당사자 가운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은 전적인 지지 의사를 표시했고, 이스라엘에선 시몬 페레스 외무장관을 비롯한 온건파들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강경파인 아리엘 샤론 총리도 관심을 보였다.

이 제안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아랍연맹 회원국과 이스라엘의 수교를 제의했다는 점에 있다. 이스라엘은 네 차례나 전쟁을 치른 주변 아랍국들과 대립관계를 청산하고 국교를 맺는다면 건국 이래의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는 셈이다. 이스라엘은 긴 유혈분쟁으로 치안이 극도로 악화돼 샤론 총리에 대한 지지도가 떨어진 상태다.

이런 가운데 모쉬 카트사브 이스라엘 대통령은 "평화안을 제창한 압둘라 왕세자를 예루살렘으로 초청한다"고 밝혀 압둘라 구상을 토대로 하는 평화회담 재개 전망을 더욱 밝게 하고 있다.

새 제안에도 여전히 걸림돌은 남아 있다. 가장 큰 관심사인 동예루살렘 문제와 관련, 압둘라 왕세자는 유대교의 성지인 통곡의 벽과 옛 시가지의 이스라엘 거주지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한다는 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동예루살렘을 독립국가의 수도로 결정해 두고 있는 팔레스타인이 "동예루살렘은 분할할 수 없는 이슬람의 성지"라는 기존 입장을 철회할지는 의문이다.

중재안은 뉴욕 타임스의 중동 전문가 토머스 프리드먼이 압둘라 왕세자와의 인터뷰를 토대로 지난 17일자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 압둘라 왕세자는 다음달 27일 베이루트에서 열리는 아랍회의에서 이 제안을 설명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결의안 채택을 촉구할 예정이다.

예영준 기자,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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