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 입헌군주制 선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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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동의 작은 섬나라인 바레인이 14일 입헌군주제를 선포하고 양원제 의회를 두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 인근 아랍국가에선 대부분 에미르(emir)로 부르는 왕족이 통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바레인의 새로운 '정치 실험'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바레인 통치자인 셰이크 하마드 빈 이사 알 칼리파(49)는 이날 "바레인의 발전을 위해 민주적 제도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며 의회 설치를 골자로 하는 수정 헌법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앞서 바레인은 지난해 2월 의회 설치·헌법 수정 등을 포함한 정치 개혁을 2004년까지 완료한다는 방안을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입헌군주제 선포에 따라 바레인은 오는 5월 9일 지방선거를 실시한 뒤 10월 24일엔 총선을 실시한다. 양원제 의회 중 한쪽은 왕이 임명하고 다른 한쪽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다. 양원은 동등한 입법권을 가지며 행정기관을 감시할 권한도 갖게 된다.

수정 헌법은 특히 여성에게도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동시에 인정, 여성 참정권이 제한된 중동의 정치 풍토에 새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대학의 중동정치 전문가인 압둘 칼렉 압둘라 교수는 "바레인의 입헌군주제 도입은 전통적인 에미르 통치체제를 유지해 온 중동의 정치 시스템을 한단계 끌어 올린 조치"라고 말했다.

걸프 지역의 아랍 국가 중 국민이 선출하는 의회를 둔 곳은 쿠웨이트뿐이다.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오만·아랍에미리트 등은 세습 군주들이 통치하며 임명직 협의체가 의회를 대신한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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