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벌써 불법 판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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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주부 宋은숙(36·전북 전주시 완산구 중노송동)씨는 지난 28일 Y여론조사기관 직원이라는 여성에게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전북도지사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를 한다는 이 여성은 한 출마 예상자의 업적을 유난히 강조한 반면 다른 예상자들에 대해서는 흠집을 내거나 아예 거론하지 않았다. 宋씨는 "이상해서 확인해 보니 Y여론조사기관은 존재하지 않았다"며 씁쓸해 했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불법 선거운동이 고개를 들고 있다. 올들어 한달 만에 전국 각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적발된 선거법 위반 사례는 1백50여건에 이른다. 충남의 경우 지난해 12월 11건이었던 적발 건수가 35건으로 늘어났다. 경북에서는 30건이 무더기로 적발되기도 했다.
◇불법 홍보=경기도 성남시 선관위는 지난 14일 김병량 성남시장의 인터뷰 기사가 실린 지역신문 60여부가 분당 서현동·야탑동의 아파트 우편함 등에 꽂혀 있는 것을 적발,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북에선 문경시장 입후보 예정자를 위해 달력 4만부를 제작해 배포한 朴모(72)씨 등 4명이 29일 도선관위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 당진군수 출마가 예상되는 A씨는 이달 초 지역신문에 자신의 이름이 실린 새해 인사 광고를 해 선관위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다.
경남 사천시 선관위는 김수영(金守英)사천시장이 지난 3,5,7일 정동면내 두곳의 마을 동회(洞會)에 참석한 것과 관련, 선거법 위반을 조사하고 있다.
전남 순천시에선 한 입후보 예정자가 지지자들을 시켜 등산로에서 주민들에게 커피를 나눠주며 "이번에는 ○○○가 해야하지 않느냐"는 식으로 여론 띄우기를 하고 있다.
◇흑색선전=대구의 각 구청 홈페이지에는 '구청장이 장애인 인권을 무시한다'거나 '민원인에게 돈을 요구한다'는 등 익명의 게시물이 쏟아져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구청 관계자는 "비판을 원천 봉쇄한다는 비난이 일까봐 삭제하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전남 목포시·해남군 등에선 입후보 예정자에 대한 비난 유인물이 아파트 등에 뿌려져 선관위가 조사에 나섰다.
◇정당 경선 잡음=전남 A시의 민주당 지구당에선 자체 경선 투표권을 당비를 납부한 당원에게만 주기로 하자 일부 후보자들이 자기 돈으로 당비를 대신 내주며 주변 사람들을 입당시키고 있다.한나라당 대구 중구지구당은 지난 2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중구청장 후보 경선을 음해하는 글이 실렸다며 27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유권자 횡포=충남 천안시에선 모 노인회 權모(69)회장이 지난해 12월 28일 시의원 입후보 예정자에게 금품을 요구했다가 선관위에 적발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올 지방선거는 연말 대선과 맞물려 전례없는 과열·혼탁이 예상된다"며 "특히 다음달부터 정당별 후보선정이 본격화하면서 각종 불법이 크게 늘 것으로 보고 지역별로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해석·김방현·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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