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두 고검장의 퇴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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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명재(李明載)검찰총장 체제 출범과 함께 검찰을 떠난 두 고검장의 퇴임사가 법조계 안팎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은 오늘날 검찰 위기의 원인을 누구보다 진솔하게 진단하면서 검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퇴임한 심재륜(沈在淪) 전 부산고검장은 "이른바 검란(檢亂)의 원인과 배경은 거듭된 검찰 인사의 잘못과 검찰권에 대한 간섭에서 비롯된 만큼 인사권자인 정부 최고 책임자의 책임 문제가 가장 크다고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잘못 때문에 정부가 피해를 본 측면이 있다'는 대통령 발언과 사뭇 상치되는 발언이다.

검찰 불신의 핵심이 정치적 중립성 상실이라고 볼 때 검찰문제의 본질을 제기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인사문제만 해도 그렇다. 검찰총장을 포함한 검찰 고위 간부들이 이런 저런 게이트에 직.간접으로 연루돼 잇따라 옷을 벗었는가 하면, 대통령의 법률 참모인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사람이 구속 수감되는 지경에 이르지 않았던가.

沈고검장보다 하루 먼저 검찰을 떠난 김경한(金慶漢) 전 서울고검장은 퇴임사에 통렬한 자기 반성을 담았다. 그는 "강자의 이익에만 봉사하고 가난한 자, 소외된 자, 기타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의 억울한 사연을 외면한 일은 없었던가"고 반문한 뒤 자신은 그런 일이 없지 않았음을 부끄럽게 여긴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검찰 위기의 1차적 책임이 검찰 스스로에 있다고 진단했다. 인사철이면 정치권에 온갖 줄을 대려는 일부 정치검사의 행태가 결과적으로 정치권력의 간섭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검찰 소속원 모두가 경청할 대목이다.

검찰은 지금 최악의 위기상황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두 고검장이 지적한 대로 외풍(外風)의 차단과 자기 반성이다. 마침 신임 李검찰총장도 외풍 차단을 선언하고 나섰다. 검찰은 이번 인사에서부터 이를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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