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검찰 핵심 겨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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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승환씨가 지난해 접촉한 검찰 간부들 중 일부에게 전별금 등의 명목으로 돈을 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특검 수사의 초점이 愼씨가 이들을 통해 이용호씨 주가조작.횡령 사건을 무마하려했는지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

愼씨의 구속영장에 적용한 혐의가 한국자산관리공사와 금융권 인사들에 대한 로비 시도로 일단 국한돼 있지만 검찰 간부들에게 전달된 돈의 성격 규명 등을 위해 당사자들의 조사가 불가피해졌다는 것이 특검팀의 입장이다.

특검 관계자는 "愼씨가 정리해 놓은 검찰 인사 1백여명의 명단이 있다"고 말해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검찰에 태풍이 몰아칠 가능성도 있다.

◇ 의심가는 접촉 시기.배경=특검팀의 한 관계자는 "愼씨가 만난 검찰 간부들은 개인적 친분이 있는 특정고 인맥들로, 아직까지 범죄혐의가 드러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당시 이 간부들이 이용호씨 사건 수사라인에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愼씨가 이용호씨 회사에 취직한 뒤 금전적 여유가 생기자 나름대로 인맥구축에 나섰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愼씨와 이들의 만남이 愼씨가 李씨의 계열사 사장으로 영입된 지난해 5월 이후 집중적으로 이뤄졌다는 점 등으로 미뤄 최소한 수사 관련 정보 제공 등의 요청은 있었을 것으로 조심스레 추정하고 있다.

2000년 5월 서울지검 특수2부의 내사를 받은 뒤 불입건 처분된 李씨가 지난해 또다시 금감원 등에서 자신의 주가조작 혐의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자 愼씨를 내세워 사전 정지작업을 했을 가능성을 특검팀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 간부들을 통해 우회적으로 李씨에 대한 검찰의 내사 여부를 알아봤을 개연성도 작지 않다고 본다.

특검은 愼씨가 이미 밝혀진 검찰 간부 3명 외에 추가로 7~8명과 접촉한 정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愼씨가 형인 신승남 검찰총장에게 李씨 사건과 관련해 모종의 청탁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 검찰 간부들의 해명=관련 검찰 간부들은 愼씨를 만난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이용호씨 수사와 관련된 부탁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愼씨와 지난해 6월 만난 것으로 드러난 L검사장은 "친한 친구들과 함께 모인 자리에서 愼씨를 처음 만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愼씨가 다이어리에 이 모임 스케줄에 관한 메모가 아닌 L검사장의 이름을 적은 것으로 미뤄 석연찮은 점이 있다고 본다.

또 J검사는 "고교 선배인 愼씨가 찾아와 한두 차례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혔으며, K부장검사는 "愼씨와는 30년 된 친구사이로 자주 만났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愼씨에게서 李씨 사건과 관련해 부탁을 받은 적이 없으며, 그런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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