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너마저…불황에 성장세 고개 꺾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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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깊은 시름을 소주 한 잔으로 달래기도 쉽지 않은 것일까. 불황을 맞아 위스키.약주에 이어 소주 판매까지 주춤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소주 판매량은 7487만4000상자(360㎖짜리 30병)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7489만상자)보다 0.02% 줄었다. 회사별로는 업계 1위인 진로의 판매량만 1.6% 늘었을 뿐 나머지 회사들은 매출이 1~5% 정도 줄었다. 지난해 국내 소주 소비량은 28억9900만병으로 2002년(27억7000만병)보다 4.6% 늘었다.

소주업계 관계자는 "해마다 전체 소주시장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였는데 올해는 하반기 들어 매출이 주춤하다"며 "특히 지방 소주들의 매출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주종별로는 위스키 시장이 가장 크게 오그라들었다. 위스키는 3분기까지 216만3455상자(500㎖짜리 18병)가 팔려 지난해 동기(270만2859상자)보다 20% 줄었다. 위스키 업체들은 "불황에다 접대비 실명제.성매매 방지 특별법 등 악재가 겹쳤다"고 설명했다.

'백세주'로 유명한 국순당의 3분기 누적 매출도 843억원(주세 제외)으로 지난해 동기(997억원)보다 18% 줄었다.

술 가운데 유일하게 맥주 판매만 소폭 늘어났다. 3분기까지 맥주 판매량은 1억7157만상자(500㎖짜리 20병)로 지난해 1억6711만상자보다 2.7% 증가했다. 이에 대해 맥주업계 관계자는 "맥주도 지난해 판매가 워낙 부진했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보다 조금 나아진 것뿐"이라고 말했다.

'서민의 술'인 소주까지 잘 안 나가자 주류업체들의 신제품 출시도 주춤하는 양상이다.

진로는 1998년 참이슬을 출시한 이래 6년 동안 신제품을 내놓지 않았다. 두산 주류BG도 2001년의 산 소주 이후 신제품이 없다. 소주업계에서는 국순당의 자회사인 해태앤컴퍼니만 지난 7월 1.2ℓ용량의 페트(PET)병 소주 '참순'을 내놨다.

맥주 역시 하이트맥주와 OB맥주가 각각 2002년과 지난해 '프라임'과 'OB'를 출시한 뒤 신제품을 선보이지 않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신제품을 내면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고 실패 위험도 높다"면서 "당분간 신제품 출시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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