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의식해 선심성 예산안 무더기 통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윤병국(47·사진) 부천시 의원은 4년간의 예산감시 실태를 용기 있게 털어놨다. 윤 의원은 시민단체들로부터 2년 연속 ‘의정 활동을 가장 잘하는 지역의원’으로 뽑혔다.

-예산을 어떻게 감시하나.

“대부분 형식적이다. 전문가 자문을 통해 상임위원회에서 끈질기게 추궁하면 ‘대강 해라’, ‘그만하고 점심 먹으러 가자’는 등의 야유가 의석에서 날아온다. 이런 분위기 탓에 대충 심의하고 적당히 통과시켜 줄 때가 많다. 지방의회가 ‘입법부 아닌 통법부(通法府)’라는 비아냥을 듣는 이유다.”

-감시 시스템은 왜 작동하지 않는가.

“의원들의 전문성 부족이 첫째 이유다. 게다가 의원을 도와줄 전문위원이 없어 사안을 파고드는 데 한계가 있다.”

-기초의회에도 의원을 보좌하는 전문위원이 있지 않나.

“부천시 의회의 경우 상임위별로 전문위원 3명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들의 인사권은 지자체장이 쥐고 있다. 자연 지자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무원과 적당히 교감하고 조율할 여지가 많다는 얘기다.”

-지자체로부터 넘어오는 예산안 심의가 제대로 이루어지나.

“예산 총액과 개요의 경우 상임위 회의 일주일 전에, 세부 내용은 회의 3~4일 전에 건네 받는 게 상례다. 지자체가 조례에 정해진 기한 내에서 최대한 늦게 제출하는 셈이다. 이 짧은 시간에 의원 스스로가 연구해서 문제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일부 의원들은 아예 예산안을 들춰보지도 않는다. 공무원의 제안 설명을 듣는 것으로 심의를 끝낸다.”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예산안이 많이 올라온다고 들었다.

“사실이다. 일부 지역 단체가 선거를 빌미로 의원들에게 압박을 가하면 의원들이 자체 발의해 통과시켜 주는 일이 임기 말에 부쩍 늘어난다. 표를 의식해 예산 낭비를 부추기는 꼴이다.”

-의회가 지방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의원 개개인의 노력이 중요하다. 1년 상임위 회기 동안 딱 한번 발언하는 의원도 있다. 이런 의원이 의정 평가는 꼴찌지만 선거에서는 1등이 되기도 한다. 유권자들이 잘 뽑아야 한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일할 여건을 마련해주는 일도 필요하다.”

탐사 1·2팀=김시래·진세근·이승녕·고성표·권근영 기자, 이정화 정보검색사, 사진=조용철·강정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