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줄기세포로 황반변성 치료제 개발 임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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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는 어느 분야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할까.

미국 줄기세포치료제 연구의 선두 기업인 ACT(Advanced Cell Technology)사의 윌리엄 콜드웰 회장(사진)이 지난달 26일 한국을 방문했다. 차바이오앤디오스텍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줄기세포치료제 개발과 인공혈액에 대한 앞으로의 연구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그가 이끄는 ACT사는 세계 최초로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망막색소상피세포 분화유도기술을 개발해 2007년 동물을 이용한 전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현재 차바이오앤디오스텍과 함께 미국 식품의약국과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청 모두 임상시험을 신청한 상태.

“동물실험 결과는 매우 고무적입니다. 배아줄기세포를 상피세포로 분화시켜 직접 망막에 주입한 결과, 30∼60일에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전임상에서 매우 빠른 치료효과를 보인 만큼 임상허가만 나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임상은 12명의 환자를 3명씩 4개 군으로 나눠 줄기세포를 주입하고, 이상이 없으면 용량을 높이는 식으로 진행합니다. 24개월이면 3상까지 마칠 수 있습니다.”

임상에서 성공을 거두면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첫 치료제가 안과분야에서 첫선을 보이는 셈이다.

망막상피세포 치료제는 노인성 황반변성질환을 겨냥한 제품이다. 황반변성은 녹내장·백내장과 함께 실명을 일으키는 안과의 3대 질환. 미국에만 140만 명의 환자와 800만 명의 고위험군이 있다. 국내도 인구의 고령화와 함께 급증하고 있다.

망막상피치료제는 이미 미국 보건부로부터 청소년기에 발생하는 스타가르트병에 대해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스타가르트병은 어릴 때 걸리는 황반변성으로 50세 이전에 실명합니다. 하지만 이 제품을 주입하면 질병의 진행을 지연 또는 개선해 실명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런 사실이 우리의 FDA 임상승인 절차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는 차바이오텍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인공혈액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이미 배아줄기세포를 핵이 없는 적혈구로 분화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현재 가격경쟁력이 관건이긴 하지만 향후 23년 내 상용화할 수 있습니다. 적혈구·혈소판 외에 면역세포 같은 혈액세포도 생산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을 통해 전 세계에 공급하는 생산체계를 구축할 것입니다.”

그는 한국의 줄기세포 연구경쟁력을 높이 평가한다.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은 50여 명의 교수, 300여 명의 석·박사급 연구원 등 뛰어난 연구인력을 통해 세계적인 논문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습니다. 또 2∼3년 내에 국제 수준의 통합줄기세포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향후에도 차병원 그룹의 연구원들과 공동연구를 통해 좋은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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